유고연방군 철수 합의/메시치 국가원수로 선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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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마르코비치총리 슬로베니아 방문 회담
【류블랴나=유재식특파원】 유고슬라비아 슬로베니아공화국이 지난달 30일 연방군의 적대행위포기 최후통첩을 거부,전면전 위기가 고조됐던 유고사태는 안테 마르코비치 연방총리가 이날 슬로베니아를 전격 방문,연방군부대의 철수에 합의함으로써 진정 국면을 맞았다.
이와 함께 이날 오후 긴급 소집된 연방간부회의는 크로아티아출신 스티페 메시치를 간부회의의장(국가원수)으로 선출했다고 관영 탄유그통신이 보도했다.
메시치는 1년 임기,윤번제로 선출되는 간부회의 의장직에 지난 5월15일 선출될 예정이었으나 세르비아 공화국의 반대로 취임하지 못하고 간부회의 의장직은 공석상태에 있었다.
마르코비치총리는 이날 슬로베니아 수도 류블랴나를 방문해 밀란 쿠칸 슬로베니아 대통령등 슬로베니아 지도부와 회담,출동중인 연방군 병력이 1일중으로 접전지역에서 모두 철수해 본대로 귀환키로 합의했다고 슬로베니아 TV가 30일 보도했다.
그러나 이날 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또 연방군이 이같은 합의에 따를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은 상태다.
마르코비치 총리와 쿠칸대통령은 합의내용에 「매우 만족한다」고 밝혔으며 합의내용의 이행여부를 감시하기 위한 감시위원회가 곧 구성될 것이라고 슬로베니아 TV가 전했다. 마르코비치 총리는 회담이 끝난직후 프란요 투즈먼 크로아티아 대통령과 유럽공동체(EC)3개국 외무장관들과 회담을 위해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로 떠났다.
한편 메시치 신임 연방간부회의의장은 이날 헌법상 연방군 최고통수권자 자격으로 연방군은 슬로베니아공화국내에서 일체의 군사작전을 중단할 것을 명령하고 연방군 참모부에 동원령을 즉각 취소하도록 지시했다.
◎최후통첩… 공습경보… 긴장 고조/전격협상으로 일촉즉발의 위기 넘겨
○…29일밤과 30일 새벽 류블랴나는 최후통첩 시한을 앞두고 긴장이 극도로 높아졌다.
29일 오후 슬로베니아 주둔 연방군 제5관구 부사령관 안드리야 라세타 소장은 야네즈 얀사 슬로베니아 국방장관을 만나 휴전이행 12개 조건을 제시했다.
이어 이날밤 연방군 참모부는 베오그라드방송을 통해 최후통첩을 발표했다.
연방군은 최후통첩에서 『현재 민족간 충돌이 진행중이며 이는 내전의 시작이다. 슬로베니아측이 조건없이 휴전을 이행,연방군의 정상적인 활동을 보장하지 않으면 결정적 군사조치를 강행하겠다』고 경고하고 시한을 30일 오전 9시로 못박았다.
○…29일밤 슬로베니아 의회는 EC측이 제시한 3개항의 휴전조건,즉 ▲즉시 휴전과 연방군 철수 ▲독립선언 3개월 유예 ▲연방간부회 의장으로 메시치 선출 등을 논의하면서 연방군측 제안도 함께 토의했다.
슬로베니아 의회는 30일 오전 6시 『연방군의 제의 12개항중 제8항 「슬로베니아의 국경을 독립선언 이전상태로 환원,연방군이 통제한다」는 내용은 휴전에 관한 기술상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문제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12개항의 제의를 거부했다.
최후통첩 시한인 오전 9시가 지나자 연방군 정찰기가 류블랴나 상공을 비행했고 슬로베니아는 공습경보를 발령,긴장이 고조됐다. 슬로베니아는 공습경보를 발령하면서 『시민들은 밖에 나오지 말고 집안에서 대기할 것』을 국민들에게 지시했다.
이어 오전 10시20분 제2차 공습경보가 울렸고 슬로베니아방송은 『크로아티아의 군용비행장에 연방군 병력을 실은 수송기가 착륙을 개시했다』고 방송,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2차 공습경보와 함께 슬로베니아측은 시내내 곳곳에 바리케이드를 보강 설치했고 류블랴나 시내 중심가이 정부청사 주위를 완전 봉쇄했다.
이같은 긴장감은 이날 오후 옐코 카친 슬로베니아 공보부장관이 『연방군부는 세르비아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공화국에 동원령을 발동했고 「슬로베니아에 거주하는 세르비아인들에게는 집에서 전투준비에 임하라」는 내용의 전문을 보낸 것이 입수됐다』고 밝혀 더욱 고조됐다.
○…이같은 일촉즉발의 긴장감은 마르코비치 연방총리가 오후 4시 군관계자들을 대동하고 류블랴나를 전격방문,슬로베니아 정부측과 협상회담을 시작함으로써 다소 누그러졌다.
한편 사태의 중재를 마치고 28일 철수했던 EC대표단은 사태가 악화되자 30일 오후 다시 유고연방정부측과 슬로베니아측을 각각 방문,재조정에 나섰다.
또한 유럽안보협력회의(CSCE)는 지난달 베를린 외무장관회의에서 결정된 긴급위기관리위원회를 이번 사태와 관련,처음으로 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소집한다.<류블랴나=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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