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시대(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수도란 한 나라의 통치기관이 있는 정치적 활동의 중심지를 말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수도는 그 나라의 다른 도시에 비해 인구규모가 큰 것은 물론 경제·문화의 중심지까지 겸하는 경우가 많다.
수도의 성격은 국가와 시대에 따라 다르지만 도시의 기원과 기능에 의해 몇개의 유형으로 분류된다.
첫째는 역사적 수도다. 수세기에 걸쳐 한 나라의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가 되어 온 도시가 이에 속한다. 이를테면 서울이나 런던·파리·도쿄같은 도시는 역사의 때가 묻은 수도다.
둘째는 계획적 수도다. 이미 있던 수도가 여러가지 여건상 수도의 역할을 감당하기 어려울때 새로운 도시를 건설해 수도로 삼는 경우다. 그 대표적인 예가 브라질의 새 수도 브라질리아다.
셋째는 분리수도다. 정부기능이 두 도시 이상으로 나누어져 있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도시와 도시간의 경쟁관계 때문에,또는 민족구성이 복잡해 하나의 도시로 완전한 수도의 기능을 못하는 경우다.
가령 네덜란드는 암스테르담에 행정부가 있지만 헤이그에 입법부가 있다. 특히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보면 요하네스버그가 상공업의 수도 역할을 하고 있지만 행정부는 프리토리아에,입법부는 케이프타운에,사법부는 블룸폰테인에 각각 나뉘어져 있다. 이 나라의 인종분쟁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예라 하겠다.
지난해 10월 역사적인 통일의 위업을 이룬 독일이 20일 통일독일의 새 수도로 베를린을 결정했다.
지난 40여년간 4대 강국에 의해 동서로 분할되어 유명한 베를린장벽이 쌓이기도 했던 비극의 도시 베를린은 이제 새로운 독일의 영광을 안게된 것이다.
1701년 브란덴부르크의 선거후가 프로이센왕으로 승격되면서 프로이센의 수도가 되었고 1871년 대독일 제국의 수도가 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한 베를린은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로 명실상부한 역사적 수도임에 틀림없다.
그것은 앞으로 통일후 우리의 수도를 결정하는데도 중요한 시사가 될 것이다.
수도는 국가적 통합의 상징일뿐 아니라 국내외적으로 정치적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