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로 수질오염 감시한다|새로 운영될 생물 경보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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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물고기와 물벼룩이 수질오염을 감시하는 환경파수꾼으로 등장한다.
환경처는 올해 「생물경보체제(바이오 모니터링 시스팀)」으로 일컫는 수질자동측정장비 1조를 팔당호에 시범설치, 운영하고 내년에는 4대강 주요상수원에 모두 8조를 설치, 운영할 계획이다.
생물경보체제는 상수원 등하천에 중금속·독극물 등 오염물질이 흘러들었을 때 즉각 이를 감지, 경보를 내리는 것이다.
이처럼 수질오염 감시를 위해 보초로 활용할 수 있은 생물은 잉어·금붕어·무지개송어 등 3종의 물고기와 물벼룩이 꼽힌다.
환경처 김영화 수질제도과장은 『정기점검 방식으로 운영되는 현행 수질측정망은 오염추세를 보여주나 즉시 감시기능은 불가능하다』며 생물경보체제 도입을 서두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생물경보체제의 측정원리는 물고기와 물벼룩이 급성독성물질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놓치지 않고 잡아 전자통제장치에 입력시키고 일정한도를 넘어서면 경보를 울리게 하는 것이다.
이 체제는 지난86년 독일 라인강 상류에 있는 산도스사에서 살충제 원료가 강에 흘러나았을 때 즉각 알아내 피해확산을 줄이는 등 이미 그 효과가 입증됐다.
물벼룩은 평소 물 속에서 매우 규칙적인 왕복운동을 하나 중금속·독극물이 흘러들면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몸놀림을 빨리 한다.
때문에 1∼1.5㎜ 크기의 물벼룩 25마리 정도를 넣은 유리물통(수조)을 물 속에 담근 뒤 빛을 물통에 통과시키면 물벼룩이 수질오염물질에 의해 요동침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양과 흩어지는 정도(산란도)를 전자통제강치로 쉽게 잡아낼 수 있게 된다.
물벼룩 외에 최근 각광받기 시작한 물고기 3종은 모두 물의 흐름에 거슬러 올라가는 어류에 속한다.
우선 이들 「역류어류」 즉 크기 8∼15㎝의 잉어·금붕어 또는 크기 12∼15㎝의 무지개 송어를 고리모양의 시험물통에 넣은 뒤 물을 순환시킨다.
물고기들은 정상수준의 수질에서는 물 흐름을 거스르면서 물통의 앞쪽에 있으나 독성물질이 흘러들면 운동성이 뚝 떨어지면서 물의 압력에 의해 물통 뒤쪽으로 밀러 설치돼 있는 감지막대기(감지봉)에 닿게 되고 물고기가 막대기에 부딪칠 때마다 전류가 흐르도록 돼있다.
전류의 충격으로 물통의 앞쪽에 되돌아오는 물고기는 독성 때문에 다시 뒤쪽으로 밀린다.
이같은 움직임은 전류파로 바뀌어 위험수준을 넘어서면 경보가 울린다.
생물의 생태특성을 이용한 이같은 생물경보체제는 독일·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활발히 쓰이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수년 전부터 도입을 검토했으나 인식부족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낙동강 페놀오염사태를 계기로 장기적인 수질오염도 체크뿐 아니라 즉각적인 점검의 필요성을 절감, 생물경보체제가 선보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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