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벌이는 아직 외환위기 전 절반 수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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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엔 이 골목도 대단했어요. 자정 무렵까지 술 마시는 사람들로 소란했으니까요. 경기가 좋았지요."

구본린(60) 상거리 이장은 "요새 와서 IMF(불황)를 느낀다"고 말했다. 5일마다 열리는 시장은 폐쇄되다시피 했다. 7개나 되던 다방은 두 곳만 남고 문을 닫았다. 주민들이 떠나면서 10년 전 83가구에서 66가구로 줄었다.

전자제품 수리점을 운영하는 구 이장은 "소득이 97년의 절반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예전처럼 TV나 선풍기 등의 가전제품을 수리해 쓰지 않는다. 소득이 늘수록 신형 가전제품을 구입하기 때문이다.

당진이 되살아났다지만 상거리엔 아직 아랫목의 훈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당진의 최대 재래시장인 당진시장. 당진읍내에 있는데도 시장은 한산했다.

"한보철강이 부도난 뒤 1년 정도는 경기가 나쁘다는 느낌이 안 왔어요. 어려울수록 재래시장을 찾으니까. 그런데 해마다 나빠져요. 당진 경기가 좋아졌다지만 영세상인들은 여전히 어려워요. 공장들이 많이 들어왔으니 공장에 식재료를 넣어주는 청과상이나 생선가게야 좀 나아졌지만…."

이광우 당진시장 조합장은 이유를 다른 곳에서 찾았다. "사람들이 대형 마트를 많이 찾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옷가게를 하는 그는 "IMF 전엔 옷을 사려고 닷새에 한 번은 서울에 다녔지만, 지금은 열흘에 한 번만 가도 충분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제 바닥을 쳤으니 앞으로는 상승곡선을 타지 않겠느냐"며 기대감을 나타낸다.

양극화는 당진도 예외가 아니었다. 10년이란 세월은 사람들의 생활스타일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공단이 가득 차고 사람들의 호주머니가 다시 두둑해졌지만 농촌 상권이나 재래시장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

유제헌 당진군 공보팀장은 "현대제철이 고로를 본격적으로 짓기 시작하고 건설 인부들이 몰려오면 상인들의 체감경기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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