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향하는 존재의 질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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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신유라는 첫 번째 개인전을 통해 광학적인 재료를 사용한 테크놀로지 아트를 선보였다. '빛의 몽상'전이라 칭한 전시에서 그는 보이는 형태와 섬세한 감성이 결합한 신비스럽고 매력적인 예술세계를 표현했다. 어두운 전시장은 꿈틀거리며 빛을 발하는 작품들로 가득했고, 순식간에 태초의 천지창조이자 우주의 빅뱅을 재현했다. 미세하게 깜박거리는 가느다란 촉수들이 연결된 비정형의 형태는 어디론가 뻗어가려는 생명의 본질을 감지하게 한다. 빛은 작가들에게 매우 영적이면서 내면적이고, 형이상학적이면서 과학적인 소재다. 중세에는 신성과 닿고자 했던 소망을 스테인드 글라스에 담았다. 17세기 네덜란드의 대표적 화가 렘브란트는 초상화에 빛을 이용해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며 생명을 불어넣었다. 19세기 최고의 영국 풍경화가 터너 역시 자연의 빛을 탐구해 신비한 자연을 경외했고, 인상파 화가들은 순간의 빛을 그려 그림의 실체를 쫓았다.

현대 테크놀로지 작가들이 사용하는 빛은 광학적 매체에 의해 다양한 성격을 드러낸다. 신유라는 광섬유라는 신소재와 실리콘·PVC필름 등을 사용해 빛을 형상화했다. 그 중 'Arousal(각성)'이라는 작품은 암흑의 우주에서 빛이 탄생하는 순간을 말한다. 투명한 면들과 광섬유 가닥들이 층을 이루며 태양의 불꽃 층이나 심연 속 해파리가 솟아오르는 모습 혹은 우주 안에서 별이 폭발하는 순간을 그려낸다.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빛은 하나의 유기체 세포의 개별 증식과 사이버 세계의 분열을 의미하기도 한다.

검은 벽면을 타고 번식하는 개체들을 표현한 또다른 작품 '오색찬란한 Strange Attractor(기이한 끌개)'. 더듬이 뿌리들이 뇌에 접속한 듯 보이는 형체들이 2m 가까운 벽에 부분 집합을 이루고 있다. 개체 하나하나는 같은 구조 혹은 다른 크기와 색채를 가지고 하나의 목적지를 향해 빛을 뿜어내며 달려가고 있다. 이 기이한 형태는 인간의 동질적이고 이질적인 두 가지 본능, 끊임없이 집단화와 개별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존재론적 본질을 은유한다. 작가는 '빛의 몽상'전을 통해 빛으로서 예시된 존재의 질서를 찾아가고자한다.

김미진 (세오갤러리 디렉터, 조형예술학 박사)

※지난 1월 2일 생활면에 게재된 작품 사진이 작가의 사전동의 없이 사용된 것에 대해 사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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