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되면 파급효과 “증폭”/서울택시 파업 쟁점·전망(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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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사납금 두자리인상이 협상 걸림돌/사측 “경영난” 노조 “수입감소”팽팽
전국택시노련 서울시지부(지부장 정상기)가 12일 오전4시를 기해 전면파업에 돌입함으로써 택시업체가 지난 89년에 이어 또 한차례 노사분규의 회오리에 휘말리게 됐다.
서울시지부와 사용자측인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은 파업후에도 계속 접촉을 갖고 협상을 시도하고 있으며 노동부·서울시도 중재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노사간의 시각차가 워낙커 쉽게 수습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서울시지부는 10일밤 조합원 찬반투표에 의해 파업이 결정되자 노동부의 직권중재로 얻을 것이 거의 없다고 보고 쟁의발생신고없이 「불법파업」을 바로 강행할만큼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부측이 계속 강경한 자세를 견지하고 조합측도 굽치지 않아 이번 파업이 장가화될 경우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것은 물론 이미 파업움직임이 일고있는 서울지하철노조 및 현재 임금교섭이 진행중인 대구·인천·광주택시지부에 까지 영향을 끼치게 돼 모처럼 안정기조에 접어든 올해 노사관계가 뒤흔들리지나 않을까 우려를 낳고 있다.
◇주요쟁점=노사양측의 가장 큰 걸림돌은 택시업계의 고질적인 쟁점인 사납금인상.
회사측은 81년이후 택시요금이 22.5%밖에 오르지 않았으며 서울의 교통체증으로 업계의 경영여건이 악화될대로 악화된 점을 내세워 사납금인상 없이는 임금인상조차 힘든 실정이란 입장이다.
그러나 노조측은 회사측이 사납금을 4천5백원 올려 소형 4만2천원,중형 4만5천6백원으로 각각 12%와 10%인 인상조정하려는 것은 2월에 택시요금이 소형 11.7%,중형 7.1%오른데 비해 과도한 요구라고 주장하고 있다.
파업전 마지막 협상에서도 노조측은 사납금을 동결한 상태에서 임금인상을 요구한데 대해 회사측은 임금인상을 위해서는 사납금인상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양측이 팽팽한 대결을 벌였었다.
협상의 또다른 쟁점은 만근기준일수와 이에따른 상여금·기본급 지급방식.
노조측이 현행 26일 만근일수를 하루줄여 25일로 할 것을 요구한데 대해 회사측은 현행 26일을 고수했다.
노조측은 회사측이 제시한 근무일수에 따른 상여금 차등지급과 23일이하 근무자에 대한 기본급 일당제(기본급을 일당으로 계산해 빠진날만큼 기본급에서 공제)에 대해 이는 사실상 「일당도 급제」라며 크게 반발해 왔다.
◇문제점=노사 양측이 공통으로 인식하고 있는 택시업계의 문제점은 정부의 무리한 요금억제정책.
지난 10년동안 지하철요금이 1백27%,시내버스가 54.5%오른데 비해 택시는 22.5%인상된데 불과하다는 점이다.
결국 택시요금인상에 목을 맬 수 밖에 없는 회사측으로서는 노조의 임금인상요구에 대해 속수무책인 셈이다.
89년에 이어 올해의 택시파업 또한 정부의 택시요금억제시책에 기인한다는 것이 노사양측의 시각이어서 택시의 고급교통수단화라는 관점에서 요금자율화가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고질적인 택시노사분규는 해결이 어려울 전망이다.<한경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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