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재용 전무 CCO 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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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39.사진) 삼성전자 전무가 삼성전자의 신설 보직인 CCO(Chief Customer Officer, 고객담당 최고책임자)를 맡아 경영 활동에 본격 참여한다. 삼성전자는 19일 조직 개편에서 CCO직을 새로 만들고, 이 자리에 최근 승진한 이 전무를 임명했다.

CCO는 수백 개에 달하는 국내외 삼성전자 거래 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와 협력관계 유지를 주요 임무로 한다. 삼성전자 측은 "새로운 거래처 발굴과 투자자 모색, 글로벌 업계의 동향 파악과 이를 통한 사업 기회의 창출 및 장기 비전 수립 등도 CCO 업무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CCO는 삼성전자 내 특정 사업총괄이나 경영지원총괄(최도석 사장) 산하가 아닌 별도 조직으로 활동하며, 회사 대표인 윤종용 부회장에게 직접 보고하게 된다.

이 전무의 업무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고객 중에서도 '빅 5'(소니.노키아.애플.HP.델)에 집중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무는 이들 회사의 경영진과 수시로 만나 의견을 교환하고, 이들의 요구를 제품 개발 및 마케팅 전략에 반영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삼성전자는 80조원가량의 연결기준 매출(2005년) 중 해외 비중이 80% 이상이며, 이 중 10조원 정도를 이들 '빅 5'와의 거래에서 올리고 있다.

이 전무는 이날 해외언론에 배포한 자료에서 "급변하고 있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삼성전자가 창의성과 혁신의 추구를 통해 고객의 바람에 충실히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생활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정보통신과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이 이 전무에게 CCO를 맡긴 데에는 몇 가지 뜻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기업 경영의 핵심인 고객 관리를 책임자로서 경험하게 함으로써 경영 역량을 키운다는 포석이다. 또 특정 사업부를 맡기는 대신 회사 경영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자리를 맡김으로써 삼성전자는 물론 그룹 경영을 넓은 안목에서 보게 하려는 것이다. 아울러 세계적 IT 기업인 이들 고객사의 최고 경영진과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면 네트워크 역량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전무는 2003년 상무보에서 상무로 승진한 이후 삼성전자 전사부문 경영기획팀에서 경영 수업을 받아왔으나 독립된 조직의 책임자 역할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전무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 뉴스코프 회장을 만나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였다.

삼성 관계자는 "신설된 CCO 자리는 단순 고객관리가 아니라 소니.인텔 등 삼성과 거래하는 주요 글로벌 기업과 투자자, 세계 거물급 인사 등에 대한 관계 유지까지 포괄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조직 개편에서 사장급이 맡던 생활가전총괄을 부사장이 맡는 사업부로 낮추고, 윤종용 부회장이 관할하게 했다. 생활가전사업부장에는 최진균 부사장이 임명됐다.

이현상 기자

◆CCO=고객관리와 고객만족을 책임지는 최고책임자. 국내에서는 일부 보험사 등 서비스업종 기업에서 볼 수 있지만, 널리 퍼져 있지는 않다. 외국에서는 인텔.시스코.펩시.HP 등 유수 기업들이 고객들이 원하는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수요를 찾기 위해 CCO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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