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G10으로 ⑪ 비즈니스 서비스를 살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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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2005년 우리는 나라 밖으로 물건을 팔아 327억 달러 흑자를 냈다. 그런데 서비스 교역에서는 137억 달러 손해를 봤다. 땀 흘려 공장을 돌려 나라 안팎으로 열심히 팔아 벌어들인 아까운 달러가 외국에서 사들이는 서비스 때문에 밖으로 새어 나가는 것이다.

서비스 무역에는 큰 구멍 두 개가 나 있다. 여행에서 제일 큰 적자가 나고, 회계.컨설팅.광고 등 소위 '비즈니스 서비스'에서 다음으로 큰 적자(2006년 1~11월 59억 달러)가 난다. 그 구멍들은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선진국들은 보통 비즈니스 서비스가 나라 경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데 우리나라는 겨우 20%를 조금 넘기는 수준이다. 시장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서다. 제조업 등 여타 업계가 '비즈니스 서비스가 비싸기만 하고 회사 수익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모든 것을 회사 안에서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서비스를 사다 써야 할 업계가 이러하니 비즈니스 서비스 시장이 클 수 없는 것이다.

컨설팅 회사 액센추어 조범구 부사장은 "모토로라 같은 회사는 생산의 80~90%를 아웃소싱한다"고 소개하면서 "핵심 역량만 남겨놓고 나머지 비핵심 역량은 과감하게 아웃소싱해야 한다"고 권한다. 홍보 대행사 인컴브로더 손용석 사장도 "그게 매출과 수익을 늘리고 원가와 경영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길인데"라며 안타까움을 표한다.

아웃소싱을 꺼리는 생각 때문에 비즈니스 서비스 시장이 안 그래도 제대로 크지 못했는데, 그나마 있는 시장도 대부분 외국의 유수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전략컨설팅 분야는 맥킨지.BCG.베인앤컴퍼니 등 유명한 외국 회사치고 안 들어와 있는 회사가 없을 정도다. 홍보업체도 최근에 급속히 늘어 250여 개 회사가 피 튀는 경쟁을 하고 있지만, 업계를 주도하는 것은 전 세계에 20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린 플레시먼힐러드를 위시해 호프만에이전시 등 미국계 회사, 오길비 등 영국계 회사 또는 뉴스컴 등 다국적 기업들이다.

외국계 비즈니스 서비스 회사를 끌고 가는 것은 이들이 확보해 놓은 우수한 인력이다. 유명 대학을 나와 외국 MBA 과정을 마친 컨설턴트가 수두룩하다. 우리도 이 산업을 키우려면 고급 경영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에도 14곳에 경영대학원(MBA)과정이 있다. 그러나 아직은 세계 100위권 안에 드는 수준 높은 MBA 과정은 없다.

중국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경영을 이끌 고급 인재를 키우기 위해 2004년까지 중국에 설립된 60개 넘는 MBA 과정 대부분이 MIT.UC 버클리.노스웨스턴 대학과 같은 미국 일류대학과 파트너십으로 운용된다. 그 결과 상하이의 중국유럽국제경영대(22위) 등 3개 대학의 MBA 과정이 세계 100위권 안에 들었다. 이런 중국을 두고 앨빈 토플러는 "세계 제일의 지식기반 경제를 창조하겠다는 중국의 의지를 보여 주는 것""초강국을 향한 중국의 단거리 구보행군을 멈출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비즈니스 서비스 같은 고급 서비스까지 중국에 넘겨줄 수 없다. 선진국의 유명 대학과 손잡고 수준 높은 MBA 스쿨을 많이 만들어 우리도 고급 경영 인재를 배출하자.

그리고 이제는 '모든 것을 내 회사 안에서 다 해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자. 사내 인재들은 핵심 역량에 집중케 하고 나머지 일은 전문업체에 맡기자. 그래야 비즈니스 서비스 시장이 크고, 날로 커져만 가는 서비스 적자의 큰 구멍도 메워 갈 수 있다.

김정수 경제연구소장,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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