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위협 우려아닌 실제상황/북한 「처리시설」 완공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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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핵폭탄 마음만 먹으면 만들 능력갖춰/미,폐기위해 한·중·일과 부산한 접촉
북한의 핵무기개발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 정찰위성이 찍은 위성관측사진은 북한이 이미 핵연료 재처리시설을 완료했음을 확인해주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최대한의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 정부고관들이 5월들어 빈번히 한국·일본의 국방·외교관계자들과 접촉하는 한편 중국에도 곧 미 국무부 관계자를 파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지난 5월초 한국을 거쳐 일본을 방문한 키미트 국무부장관 월포비츠 국방차관의 방문목적도 일본이 국교정상화회담을 통해 북한에게 핵사찰수락은 물론,핵연료재처리시설 폐기까지 요구케하기 위한데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측은 이에 그치지 않고 20일부터 북경에서 열린 북한·일본간 국교정상화 3차본회담을 며칠 앞두고 다니노(곡야) 외무성 아시아국장을 미국으로 급히 불러들여 최근 핵연료재처리시설이 완공된 사실을 입증하는 정찰위성사진까지 제시,『핵문제에 관한한 촌보의 양보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관련시설 가운데 특히 핵연료재처리 시설완공이 갖는 의미는 크다. 지금 당장이라도 미국이 45년 나가사키(장기)에 떨어뜨린 원자폭탄과 맞먹는 위력의 핵폭탄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북한이 갖추게 되는 것이라고 일본 군사관계 전문가들은 얘기하고 있다.
평양북방 90㎞에 위치한 영변의 핵시설단지는 미국의 정찰위성 「KH11」과 「KH12」에 의해 하루 24시간 계속 체크되고 있다.
지난해말까지 이들 위성이 찍어 일본에 제공한 사진은 북한의 핵연료 재처리시설이 절반정도의 공정을 나타내고 있었으나 5월초에 찍은 위성사진은 이들 시설이 완공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일 외무성 당국자가 밝혔다.
미 국무부 바솔로뮤 차관(국제안전보장문제담당)이 6월17,18일 양일간 중국을 방문하려는 목적도 북한의 핵위협이 「실제상황」임을 증명하는 위성사진을 제시,중국의 협조를 구하려는데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은 ▲원자력발전목적뿐이라면 핵연료 재처리 시설이 필요없고 ▲북한이 재처리시설을 보유한다면 핵사찰협정을 IAEA(국제원자력기구)와 체결하더라도 핵무기개발을 막을 수 없다는 불안 때문에 핵연료 재처리시설 자체를 폐기하도록 북한에 요구하고 있다.
일본의 군사소식통은 『북한이 IAEA의 사찰을 받는다고 해도 사찰대상시설은 자진신고제이기 때문에 북한이 모든 시설을 공개하지 않는한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IAEA의 핵사찰제도에는 가입국이 사전신고한 시설만을 대상으로한 「통상사찰」과 가입국의 사전신고없는 시설도 대상으로 할 수 있는 「특별사찰」이 있으나 지금까지 「특별사찰」은 당사국의 동의가 없는한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시되지 않고 있다.
지난 27일 경도에서 열린 제2차 유엔군축회의에서 가이후(해부준수) 일본 총리가 핵사찰강화를 주장한 것은 초점은 북한의 핵연료 재처리시설까지 사찰대상으로 포함,이의 폐기를 요구하자는데 기본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이 6월 IAEA 이사회를 앞두고 서둘러 핵안전협정 체결교섭에 응할 뜻을 밝힌 것은 핵사찰강화 이전에 신고한 대상만 사찰을 인정,신고하지 않은 핵연료 재처리시설은 어물쩍 넘어가려는 속셈인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주목된다.<동경=방인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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