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가리 프로 TV 광고홍수의 주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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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TV에서 5∼10분짜리 이른바 「쪼가리」프로그램들이 늘고 그에 따라 광고가 엄청나게 늘어나 시청자들을 짜증나게 하고 있다.
최근 들어 새로운 형태로 점차 다양화되는 추세에 있는 「쪼가리」 프로들은 교통과 운전의 지식과 지혜를 소개하는 『안전운전 3백65일』(오후 9시30분∼9시40분), 코믹생활 콩트극 『소문난 부부』(오후 10시35분∼10시45분·이상 KBS-2TV), 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간명하게 알아보는 『정보데이트』(오후 8시∼8시5분), 유명인들을 통해 은인이나 인상깊었던 인물을 소개하는 『잊을 수 없는 사람』(오후 10시55분∼11시·이상 MBC-TV) 등이 대표적인 것이다.
비교적 유익한 프로로 평가받아 자리잡아가고 있는 이들 프로그램들은 그러나 광고수익 극대화라는 방송사의 편성 전략이 느껴질 만큼 광고가 많다.
성격상 짧은 형식의 프로그램이 되는 이들 프로 외에도 『스포츠 뉴스』, 날씨·기상정보, KBS-2TV의 『정다운 가곡』(오전 6시55분∼7시) 등 쪼가리 프로들이 대형프로에 통합될 수 있는데도 독립된 경우도 많다. 프로그램에 딸린 광고수익은 물론 이 프로들 전후의 스폿 광고 수익이 매우 짭짤하기 때문. 프로그램에 관련된 광고는 방송법 규정에 따라 프로그램 방송시간의 8%를 넘지 못하도록 돼있으나 스폿 광고는 이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법적인 허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스폿 광고는 프로그램제작비는 전혀 없어 광고수익이 고스란히 남게되기 때문에 방송사로선 되도록 늘려야할 부문이 된다.
한국방송광고공사에 따르면 1시간당 스폿 광고가 거의 매시 편성된 「쪼가리」 프로들 덕택에 2∼3회 가능하다고 조사되고 있다. 방송사로선 스폿 광고 1회당 통상 20초짜리 3개를 내보내고 1개 평균단가 6백만원씩으로 계산해도 「쪼가리」프로가 만들어 내는 부대수익은 월평균 10여억원에 이른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 스폿 광고들 때문에 광고방송 시간은 전체의 12∼13%에 이르고 있어, 8%를 광고시간의 최대치로 잡은 방송법의 취지도 무색해지고 있는 한편 시청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광고량도 과다할 수밖에 없다.
프로그램 제작과정에서도 「쪼가리」 프로들은 크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제작상의 인적·물적 투자는 20∼30분 프로들과 거의 마찬가지로 소모되면서도 제작담당자나 출연자들은 투자만큼의 보람을 느끼지 못해 이들 프로들을 맡게 되 는 것조차 꺼리는 편이다.
MBC-TV는 5분짜리 『잊을 수 없는 사람』 『정보데이트』 등을 최근 설립된 자회사「MBC프러덕션」에서 제작하게 하고 있다.
자회사는 이 같은 쪼가리 프로 외에 고정대형프로를 맡지 못하고 있어 본사 직원들은 자회사에 가기를 꺼리고있다.
한편 이에 대해 방송사의 한 고위간부는 『우리 TV에 프로그램 중간 광고가 불허되는 상황에서 폭주하는 광고 수요에 밀려 「쪼가리」프로는 당분간 계속 늘어날 것 같다』며 방송광고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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