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시론] 下. 검찰 권한쟁의 심판 청구 정당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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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가기관들 상호 간에는 늘 권한다툼이 있게 마련이다. 다른 기관과의 긴장관계 속에서 조금이라도 자기 기관의 권한범위를 더 넓혀보려 애쓰는 것이 동서고금을 막론한 '기관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연방국가에서는 여기에 연방과 주(州) 간의 권한다툼까지 합세한다. 세계 각국은 이러한 권한다툼을 조기에 해결하기 위해 저마다 권한분쟁 해결의 장치들을 마련해 놓고 있고, 그 장치가 우리에게는 헌법재판소가 그 관할권을 가지는 권한쟁의심판제도인 것이다. 지금 우리 눈앞에선 특검법 가결과 관련한 국회와 검찰 간의 기싸움 형국이 한창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 형국에 대한 감상을 위해 그 전제로 분명히 해둬야 할 것은, 이번 특검이 과거 실제로 수차례 행해졌던 특검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과거의 특검은 검찰의 수사가 종결된 후 검찰수사의 미진 등을 이유로 이뤄지거나 검찰의 실질적인 수사가 있기 전에 이뤄진 것이었다. 반면 이번 특검은 그 수사의 내용은 별론으로 하고 이미 검찰의 실질적인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중간에 끼어들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것과는 명백히 구분된다. 이 점 때문에 검찰의 주장대로 검찰 수사권에 대한 침해의 '소지'를 안게 되는 것이다.

국회의 이번 특검법 통과 행위가 검찰의 수사권을 침해하는 것인가는 깊이 있고 면밀한 판단을 요하는 사항이고 그 판단에는 '수사권 침해에 이를 정도로 검찰수사의 내용과 질에 문제가 없었느냐'가 핵심이 될 것이다. 만약 이번에 검찰의 권한쟁의심판 청구가 있게 된다면 이미 15년의 역량을 축적한 우리 헌법재판소가 이에 대해 훌륭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 필자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데 이러한 권한쟁의심판 청구가 있기 전에 피청구인이 될 국회 자신이 '입법권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매도하면서 청구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부당한 것인 양 치부하는 데에는 문제가 적지 않다. 권한쟁의심판에서는 청구인과 피청구인이 당사자가 될 자격이 있느냐가 넘어야 할 중요한 관문이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1997년 7월 16일 판결에서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를 좁게 인정하던 기존의 입장을 변경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법 제62조 1항 1호가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인 '국가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는 '국회.정부.법원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한정적인 것이 아니라 예시적(例示的)인 것에 불과하다. '국가기관'에 해당하는가의 여부를 '헌법에 의해 설치되고 헌법과 법률에 의해 독자적인 권한을 부여받고 있는지, 이러한 권한쟁의를 해결할 수 있는 다른 적당한 기관이나 방법이 없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이번 사안에서도 검찰이 청구인, 국회가 피청구인으로서의 자격을 가질 수 있다. 국회가 그러하듯이 검찰도 헌법 제12조 등에 근거해 설치된 국가기관으로서 헌법은 물론 검찰청법.형사소송법 등의 법률에 의해 독자적인 권한을 부여받고 있다. 나아가 검찰과 국회 간의 권한쟁의를 해결할 수 있는 다른 적당한 기관이나 방법은 현재로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진행 중이었던 검찰수사가 '수사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을 정도로 올바르게 진행되고 있었느냐는 권한쟁의심판 청구가 있고 난 후에, '헌법재판소'라는 '토론의 장(場)'에서 구두변론의 갑론을박을 통해 밝혀지면 되는 것이다.

국회가 국민의 대표기관이라고 해서 국회의 입법권이 일체의 견제로부터 자유로운 절대권력인 것은 아니다. 권력분립 원리에 터잡고 있는 우리 헌법은 모든 국가권력이 서로 '견제'를 통해 '균형'을 이룰 것을 요구하고 있지 않은가. 이제껏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권은 별로 행사된 적이 없던 반(半)사문화된 권한이었다. 국가기능의 원활한 수행을 도모하고 국가권력 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권한쟁의심판이라는 이미 존재하는 법적 장치를 활용하는 것이, 어쭙잖은 정치적 해결의 방법을 택하는 것보다 더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믿는다.

임지봉 건국대 교수.헌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