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처·나카소네 등 거론|차기 유엔사무총장 누가 될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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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냉전종식이후 국제질서유지를 위한 유엔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면서 페레스 데 케야르 사무총장 임기후의 차기 유엔사무총장 「인물 찾기」에 각국의 관심이 집중되고있다.
우선 거론되는 인물들로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총리,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전 소련외무장관, 나카소네 전 일본총리 등 거물급들이 꼽히고있다.
유엔사무총장은 안보리추천, 총회인준을 거쳐 선임되는데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한다.
물론 이 경우에도 5개 상임이사국은 거부권을 가진다.
임기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은 유엔헌장에 명기되어있지 않지만 관례상 5년으로 되어있어 현 케야르 사무총장은 올해 10월로 임기가 만료된다.
냉전 중에는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얽혀있는 인물을 선정할 경우 거부권행사 등 부작용이 따르기 때문에 되도록 제3세계 인물을 중심으로 선임돼왔다.
이에 따라 페루출신의 현 사무총장 케야르가 81년12월부터 두 차례나 연임, 10년간 「국제분쟁조정자」역할을 무난히 수행해 오고 있다.
무난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 케야르 사무총장은 차기 사무총장후보로도 강력히 거론되고 있긴 하지만 그 자신이 71세의 고령인데다 걸프전 이후 바쁜 일정을 보내느라 지병인 심장병이 악화, 간접적으로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현재 유엔내부에서는 탈냉전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인물을 밀실에서가 아닌 공개적인 선정방법을 통해 선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냉전이후의 국제적 관심사는 경제·환경문제인 만큼 지금까지 정치적 배려로 제3세계 중심의 인물을 선정한데서 벗어나 지도력 있는 선진국내의 인물을 천거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즉 사무총장 선임시 종래의 지리적 분배원칙을 과감히 탈피, 새로운 시대의 조류에 맞는「유엔의 강력한 리더」를 경선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번에도 지리적 분배원칙을 적용시킬 경우 아시아 및 중동, 아프리카, 동구, 중남미, 서구 등 5개 지역 중 아직 한번도 사무총장이 나오지 않은 아프리카가 우선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울크하르트 전 유엔사무차장 등은 앞으로의 시대적 요청에 따라 사무총장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히 요구된다는 이유로 개발도상국으로부터의 사무총장 선임을 경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지리적 분배원칙을 고수하며 벌써부터 구체적인 후보자를 내세우는 등 의욕을 보이고있다.
현재 아프리카 지역에서 거명되고 있는 인물은 가나출신의 케네스 다지 유엔무역개발회의 (UNCTAD)사무국장,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제44회 유엔총회의장을 역임한 가르바 장군, 탄자니아 전 외무장관이자 아프리카통일기구 사무국장인 사림 사림, 시에라리온 출신의 조나 유엔 사무차장 등이다.
한편 선진국측에서는 노르웨이총리인 브룬트란트여사와 핀란드출신 아티사리 유엔사무차장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아시아지역에서는 아라타스 인도네시아 외무장관, 토미 코 싱가포르 유엔대사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밖에 대처 영국 전 총리와 나카소네 일본 전 총리 등의 이름도 농담반 진담반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유엔사무총장 선임에 관해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유엔이 미국의 꼭두각시라는 제3세계의 불만을 무마시키기 위해서라도 셰바르드나제 소련 전 외무장관이 적격이라고 지적하고있다.
그러나 셰바르드나제의 경우 그가 영어를 구사하지 못해 유엔사무총장은 영어에 능통해야하며 프랑스어 구사능력도 중시된다는 지금까지의 관례가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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