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체조 김여경 돌풍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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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선수층이 얕은 리듬 체조계에 몸매가 빼어난데다 기량마저 뛰어난 김여경(세종대2년)이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김여경은 지난주 열린 전국리듬체조대회 여대부에서 비록 베테랑 김수정(이화여대)에게 뒤져 2위에 그쳤으나 탁월한 리듬감각에 유려한 연기로 참가 선수중 가장 뜨거운 박수를 받는 등 가능성을 보였다. 특히 리듬체조는 스키·피겨스케이팅과 같이 특별지도를 받아야 하는 등 국내체육계에서「귀족스포츠」로 지칭되고 있다. 그러나 김여경은 집안이 가난한 가운데 리듬체조에 입문, 이 같은 관행을 깨고 정상급에 부상해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여경의 특징은 동양적인 미모에 예쁜 몸매(1m62㎝·44㎏)에서 우러나오는 부드러운 연기와 뛰어난 음악 흡수성.
『음악과 기구와의 기막힌 조화가 다른 선수보다 한수 위』라는 게 김을 지도하고 있는 이덕분(세종대학생처장)교수의 칭찬이다.
김의 연기가 더욱 돋보이는 것은 가난과 지방출신이라는 핸디캡을 오로지 천부적 소질과 노력으로 극복했기 때문.
부산의 기계제작소에서 일하는 부친의 월수 50여만원으로는 레슨비도 감당하기 힘든 형편이며 더구나 지방(부산사직여중→사직여고졸)에는 지도자가 전무한 실정이어서 체계적 훈련이 어려웠던 것.
거금을 들여 해외로 전지훈련을 나가거나 외국 유명 코치를 불러들여 사사하는 것 등은 김으로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김은 다행히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대표팀에 발탁, 김지영 코치의 집에 기거하면서 안정된 가운데 훈련을 계속할 수 있는 행운을 안게 됐으며 특히 지난해 체조명문 세종대에 진학하면서 기량이 일취월장하게 됐다.
지난해 초에는 이덕분 교수의 도움으로 처음 미국에 2개월간 전지훈련, 로스앤젤레스 체조학교에서 세계적인 코치알라(미국대표코치)로부터 집중 훈련을 받고 오기도 했다.
『오는10월의 리듬체조세계선수권대회(그리스)에서 한국선수로는 처음 30위권에 진입토록 하겠습니다.』
서글서글한 김의 눈매가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신동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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