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군침 돌게 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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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한국 식품이 러시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그동안 러시아 시장에선 초코파이와 도시락 라면이 큰 인기를 끌며 '식품 한류(韓流)'를 이끌어 왔다. 최근 오뚜기 골드마요네스와 롯데칠성 밀키스가 이 대열에 합류했다. 1996년 러시아 시장에 진출해 매년 10~20%대 성장을 하던 골드 마요네스는 2005년 수출액이 300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 전체 마요네스 매출의 30% 이상에 해당하는 액수다. 90년 러시아에 처음 선보인 밀키스 역시 최근 몇년 동안 90%대의 고공 성장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팔린 양을 250㎖짜리 캔으로 환산하면 총 7000만 캔. 러시아인 절반이 한 번꼴로 맛본 셈이다. 초코파이와 도시락 라면 역시 시장 점유율 면에서 각각 40%, 20%대를 유지하며 여전히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제품은 처음엔 모두 보따리상 손에 들려 러시아인들에게 소개됐다. 인기를 끌자 본사 차원에서 블라디보스토크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수출에 나서게 됐다.

◆러시아인 입맛에 딱=이들 제품은 러시아인들에게 친숙한 아이템이다. 러시아인은 머시멜로우를 불에 구워 먹을 정도로 좋아한다. 따라서 이를 주재료로 한 초코파이가 입맛에 맞을 수밖에 없다. 마요네스도 러시아 식탁에서 필수품이다. 야채나 과자를 찍어먹을 뿐 아니라 라면에 스프 대신 뿌려 먹을 정도로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에서 많이 팔리는 300g이나 500g 제품 대신 러시아에선 식당용 3.2㎏ 제품이 가장 잘 팔린다고 한다. 만성화된 추위 때문에 '고열량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은 것이다. 밀키스 인기 요인의 경우는 추운 날씨 때문에 우유를 기본으로 한 탄산 음료를 선호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아쿠르트의 관계사인 삼영시스템이 만들어 파는 도시락 라면은 사각모양 용기가 러시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등 기차 여행 시 쏟지 않고 먹을 수 있는 데다 먹고 난 뒤 반찬통이나 화분 등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지화 마케팅 주효=네 제품의 공통적인 러시아 공략 무기는 '현지화'다. 밀키스는 국내에서와 달리 현지 제품군을 오렌지.딸기.메론.망고 등 7가지로 늘렸다. 현지 시장에 과일맛 음료가 많지 않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도시락 라면 역시 닭고기.쇠고기.돼지고기.버섯.새우.야채맛 등으로 품목을 다양화했다. 오뚜기는 대형 수퍼마켓 등에서 판촉행사를 할 때 대용량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현지인 입맛을 반영해 고소한 맛을 강화했다. 초코파이는 제품 속에 장난감을 넣은 게 주효했다. 어린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이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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