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차별화」가 승부 가름(유통시장 개방 무엇이 문제인가: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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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판매·AS등 기득권 갖춰 겨뤄볼만/수입차 직판체제땐 값싸져 큰 타격
유통시장이 개방된다해도 그런대로 경쟁력을 갖고 외국선진업체들과 겨루어볼 수 있는 분야가 자동차 시장이다.
그러나 자본과 기술면에서 우리가 앞서기 때문은 결코 아니고 수입외제차를 살 수 있는 계층이 한정된데다 판매사원 및 판매망·아프터서비스에서 한국기업이 제한된 기득권을 갖고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장은 피해를 보지 않는다는 얘기지 시간이 지나면 어차피 국내 자동차업계의 일부몫을 차지할 수 밖에 없다.
유통시장개방을 한달여 앞둔 22일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직판매장설치등 자체유통망 구축의사를 밝힌 외국자동차 회사는 아직 없다.
다만 국내 기아자동차의 제휴선인 미국 포드사가 그동안 기아의 판매망을 이용한 대행판매체제에서 직판체제를 갖춘다는 애드벌룬만 띄워놓고 있다.
포드한국지사측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원칙적 입장이 와전됐다』고 해명하고 기아측에 대해서는 『사전협의 없이는 직판체제를 갖추지 않겠다』고 하고 있다.
국내자동차업계가 나름대로 7월의 유통시장개방이 당장 국내업계에 타격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하게된 근거는 몇가지 있다. 우선 판매망의 문제다.
정부가 허용키로한 10개의 직판매장으로는 국내시장 잠식이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기존 수입상들의 매장수와도 별 차이가 없다.
자동차 판매의 관건은 훈련된 영업사원과 구석구석까지 뻗친 유통망인데 외국자동차 업체들로서는 그게 쉽지 않다.
미 포드사의 머큐리 세이블이 수입차 판매량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기아자동차」의 전국적 네트워크와 훈련된 영업사원 때문이며 같은 포드사의 링컨콘티넨틀을 연간 40대도 못파는 이유는 전국 유통망을 갖추지 못한 「기아서비스(주)」의 유통망을 이용하기 때문이라는 기아측의 설명이다.
또한 아프터서비스의 문제가 있다.
이와 함께 선진국의 자동차업체들이 한국규모의 시장공략을 위해 직판매장이나 전국적 위탁판매망을 설치한 경험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독일 벤츠의 경우 연 4만대를 판매하는 일본에는 전국적인 딜러망을 형성하고 있지만 연3천대를 파는 대만에는 아직도 현지수입상을 통해 팔고 있다. 우리의 경우 연 2백대 수준이다.
그러나 국내업계의 이같은 낙관적 근거에도 불구하고 비관적으로 볼 수 있는 근거는 충분히 있다.
우선 직판체제를 갖출 경우 차값이 크게 내려간다.
예컨대 한성자동차가 수입하고 있는 벤츠의 경우 국내 시판가격이 차종별로 3천3백만∼1억3천5백만원인데 이중 수입상마진이 5백70만∼3천6백만원에 이른다. 관세를 제외한 수입가격은 1천7백만∼5천9백만원에 불과하다.
직판매장을 갖출 경우 수입상마진부분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국내소비자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미국이나 구주자동차회사가 아니라 일본 자동차다. 현재로선 수입선 다변화 시책으로 수입이 규제되고 있는 도요타·닛산 등이 우루과이라운드협상에 따라 수입제한 조치가 풀리게되면 국내에 들어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실제로 업계 분석으로는 미포드사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포드사의 별도차종 유통망구축을 비롯,GM·크라이슬러등도 한국내 직판문제를 검토중이며 더욱이 일본 자동차업계는 주도면밀한 시장분석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국내업계가 갖고 있는 장점을 십분 살리는 방향에서 외국차와의 차별성을 키운다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대우자동차의 경우 아프터서비스망을 대폭 확충한다는 계획아래 금년말까지 현재 2백30개인 전국지정정비공장을 2백50개로 늘리고 새로이 일반정비공장의 일부를 임대해 보증기간 정비를 해주는 서비스코너도 금년중에 55개소를 만들 계획이다.
현대나 기아도 구체적인 서비스망 확충계획을 수립중에 있다. 현대의 경우 내년 9월께면 수입차에 버금갈만한 2천4백㏄이상의 신차를 그랜저 대체차종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유통시장의 개방은 그동안 땅짚고 헤엄치다시피한 국내기업들의 판매전략에 일대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이연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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