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에게 동생이 있었다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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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예수 왕조

제임스 D 타보르 지음

김병화 옮김, 현대문학

456쪽, 1만9000원

서구 사회에서 예수만큼 흥미진진한 소재는 없는 듯하다. 예수가 마리아 막달레나와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는 발상을 소설로 옮긴 '다 빈치 코드'의 열기가 한동안 식지 않았던 것만 봐도 그렇다. 이번엔 예수가 기독교를 창시한 게 아니라, 다윗의 피를 이어받은 왕조를 세우려 했다는 학설이 제기됐다.

노스캐롤라이나대 종교학과 학과장인 지은이는 성서 분석 및 고고학적 근거를 동원해 예수의 생애를 꼼꼼히 밝혀나간다. 기본적으로 예수도 인간이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당연히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가 남성의 개입 없이 처녀인 상태로 임신할 수 없었으리란 의문이 뒤따른다. '처녀 출생'은 초기 기독교 시대에 만들어 발전한 교리이며, 새로운 성서가 쓰이는 과정에서 조금씩 은폐.왜곡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예수의 생부가 로마 병사일 확률이 높다는 주장을 펼친다. 예수에게 배다른 동생도 여럿 있었단다. 요셉이 죽은 뒤 과부가 된 마리아가 요셉의 동생인 글로바와 결혼해 야고보와 요세.시몬 등의 자식을 낳았다는 것이다. 유대의 율법에 따르면 형이 자식 없이 죽은 경우 동생이 '대체자'가 되어 과부인 형수와 결혼하는 것이 당연하고 자랑스러운 일이었다고. 다윗의 피를 이어받은 마리아가 낳은 자식이므로 예수의 동생들도 다윗의 혈통을 이었다. 따라서 예수 사후에 지도권이 야고보.시몬으로 이어지며 '예수 왕조'가 성립됐단다.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면 이 책을 곱게 봐주기 어려울 것이다. 신성성의 베일을 벗겨내고 예수를 인간의 수준으로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기독교인이 아니라면 흥미롭게 읽을만한 역사서다. 종교적 권위에 짓눌리지 않고 40년간 예수의 생애를 추적한 학자의 열정이 빛을 발한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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