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무기 신속한 동원 북한에 보여주려는 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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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군의 F-117 스텔스 전폭기 1개 대대가 11일 군산에 배치됐다. 2004년 군산 미 공군기지에 스텔스 폭격기가 착륙하는 모습.[연합뉴스]

"미국이 최첨단 전투기인 F-22 전투기 12대를 일본에, F-117 전투기(스텔스기) 편대를 한국 군산기지에 일정기간 배치하는 것(본지 1월 11일자 1면)은 한반도에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는 등 전쟁 억지력의 위력을 보이겠다는 것이다."

한반도 군사문제 전문가인 브루스 벡톨 미 해병대 참모대학 교수는 1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동북아로 최정예 전투기를 이동시키는 것에는 훈련 이상의 목적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전문용어로 '신속한 전쟁 억지 방안(Flexible Deterrent Options.FDO)'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FDO는 유사시 미 해.공군 전력이 한반도로 이동하는 것을 뜻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이 첨단 전투기를 한반도와 그 주변에 배치하는 이유는.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 공약이 확고하며, 방위의 강도도 최첨단 무기 시스템을 동원할 정도로 강하다는 걸 북한에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다.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고안된 게 FDO다. 그 핵심은 적을 언제든지 무찌를 수 있는 신속 타격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F-22를 해외로 파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장 확실한 전쟁 억지력은 적이 상대의 가공할 위력을 인식하게끔 하는 것이다."

-F-22는 어떤 전투기인가.

"세계 최고다. 어떤 공중전에서도 적의 전투기보다 먼저 보고, 먼저 쏘며, 먼저 격추시키는 능력을 갖춘 전투기다. 공대지(空對地) 공격 능력도 뛰어나다. F-117이 '꿈의 전투기'로 불렸지만 F-22의 성능은 그보다 훨씬 좋다."

-F-117이 한국에 자주 배치되는 까닭은.

"한반도 방위를 위해선 미군 조종사들과 공군의 무기 시스템이 한국의 지형에 익숙해지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FDO가 제대로 작동되고, 전쟁이 발발하면 초기에 적을 제압할 수 있다. 미 전투기의 한국 배치에 대해 북한이 늘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이번 배치가 북한의 추가 핵실험 준비설과 관련이 있나.

"국방부가 거기까지 염두에 뒀는지는 모른다. 북한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로버트 게이츠 신임 국방장관은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는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잘 안다.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전작권 문제와 관련해 앞으로 열릴 한.미 안보정책구상(PSI) 회의가 중요하다. 한국이 잘 대비할 필요가 있다."

군산 공군기지에 도착한 F-117 편대는 4개월간 주둔하면서 ▶한반도 지형 숙지▶3월에 실시될 한.미 전시 증원지휘소 훈련(RSOI)에 참가한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브루스 벡톨 교수=해병대 암호해독관으로 한국에서 4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다. 1997~2003년 국방정보국(DIA)에서 동북아 담당 선임 정보분석관으로 일했다. 유니언 인스티튜트에서 국가안보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공군 지휘참모대학에서도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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