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물 수입(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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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봉이 김선달 하면 그의 여러 기발한 행각중에서도 대동강물을 팔아 먹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때는 지금처럼 페놀같은 오염도 없던 시절이었으니 김선달이 대동강물을 팔아 먹었다면 요즘의 생수업자들을 뺨칠 정도로 상재가 밝았던게 틀림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대동강물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 화제가 되고 있다. 바로 화제의 주인공은 민속주인 문배주를 제조하는 양조장의 사장이다.
문배주라면 40도 이상의 알콜도수에도 불구하고 마실 때 목구멍이나 혀에 거부감이나 저항감이 없어 입안으로 그 향기가 가득히 퍼지는 우리 향토주 가운데서도 백미로 꼽는 술이다.
입안을 감도는 감칠맛도 그렇지만 맑고 투명한 빛깔,마시면 마실수록 당기고,또 마시고 나서도 뒤끝이 깨끗해 주당들의 군침을 돌게 하는 술이다.
그뿐 아니라 이 문배주는 지난번 몇차례의 남북회담 때마다 식탁위의 단골 메뉴에서 빠지지 않은 것은 물론 북쪽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끈 품목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문배주는 평양의 향토주이기 때문에 석회질이 섞인 대동강물로 빚어야 제맛이 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배주 제조원측은 국토통일원으로부터 「원천문배주 제조용 대동강물 반입을 위한 북한주민 접촉승인」을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술을 빚는데는 물이 생명이다. 세계의 명주가 모두 물맛이 좋은 곳에서 나온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대동강물은 다르다. 제조원측은 옛날의 대동강물을 생각하고 그런 발상을 했는지는 몰라도 요즘은 북한의 모든 하수에도 오염이 심각하다.
북한은 지난 88년 여름 대동강 오염방지용으로 2척의 기름포집선을 건조한 일이 있다. 대동강위에 떠도는 기름을 걷어내기 위해서다. 기름 뿐만이 아니다. 대동강 수계의 아연광산에서 나오는 카드뮴과 그밖의 공업폐수도 강물을 오염시키고 있다.
그런 대동강물을 사다가 술을 만든다면 장사속으로는 성공할지 모르지만 부작용이 적지 않다.
우선 문배주의 제맛이 살아날지는 차치하고 남쪽의 자본주의 속성을 너무 드러내는 것 같아 민망스럽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대동강물을 수입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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