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부작용 미리 대비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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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4일 열린 경제장관회의는 과열현상을 보이고 있는 건설등 내수경기를 진정시켜 물가안정과 국제수지 개선을 도모한다는 정책기조를 확인했다.
내수경기 진정을 위해서는 현재의 긴축기조를 계속 유지하되 지금의 정부규제에 의한 자금통제방식 대신 대출금리를 자유화하여 초과수요상태에 있는 자금의 시장기능에 의한 금리인상을 유도,결과적으로 긴축의 효과를 노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물가문제는 건설경기의 억제로 건축자재의 가격이나 인건비의 상승둔화를 기대하는 외에 산업용 기름값 인하로 기업 부담경감과 물가안정효과를 동시에 가져오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건설등 내수경기의 진정은 수입수요를 줄여 국제수지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상승이 봉급생활자들의 하루 하루의 가계를 위협해 현 시국에도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는 만큼 성장을 어느 정도 희생하고라도 물가를 잡겠다는 취지에는 공감이 간다.
그러나 정책의 결정에는 거기서 파생될 부작용을 미리 예상,이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정책기조의 결정못지 않게 중요하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건축경기의 과열만 하더라도 그 원인은 2백만호 주택건설 목표를 앞당긴데다 토지초과이득세제의 실시로 빈땅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세금부담을 피하기 위해 우선 건물을 짓고 보자고 나선 때문이다.
이번 경제장관회의가 결정한 하반기 금리자유화조치도 그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만 하나 이 조치가 담보력이 약하고 경영구조가 취약한 중소기업에 어떤 타격을 줄 것인지 미리 헤아려 대비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유가인하도 바로 얼마전까지 에너지 과소비산업의 정리문제까지 거론됐던 점을 감안,산업정책차원에서 깊은 검토가 있어야 하리라고 본다.
경제장관회의에서는 또 사회간접시설의 확충과 공해대책을 위해 추경예산 편성을 결의했다 한다.
이 두가지 문제는 시간을 다투는 것들인 만큼 정부가 서둘러 대책을 세우겠다는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금융긴축으로 민간부문의 경제활동을 억제하고 정부부문의 투자를 크게 늘려나가는 것은 자율화·개방화시대에 대비해 필요한 민간부문의 잠재력을 위축시킨다는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간접시설의 확대자체가 건설경기와 무관하지 않은만큼 이 상충되는 과제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정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경부간 고속전철계획의 부당성이다.
수출화물을 실어나를 도로·철도·항만시설을 건설하는데도 힘겨운 상황에 사람의 이동을 몇시간 빠르게 하기 위해 6조원에 가까운 투자를 하겠다는 것은 우리 경제가 처한 현상황에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 일이 정치적으로 연관을 갖고 있음은 알려진 사실이나 논의 자체를 당장이라도 유보시키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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