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직원을 내 고장 사람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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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최근 경부고속철 역이름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충남 천안과 아산시가 이번엔 첨단 전자기업 유치 및 해당 인력 흡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액정화면(LCD) 생산라인 4개를 짓기 위한 공사가 한창인 아산 탕정테크노단지(61만평)는 2005년부터 일부 가동에 들어가며, 현재 LCD용 유리 납품업체인 삼성코닝 정밀유리만 미리 입주해 6백여명이 일하고 있다. 하지만 라인이 풀가동되는 2010년께엔 이 단지의 고용 인력이 2만명을 넘을 전망이다.

아산시는 이들 인력을 붙잡기 위해 탕정단지 인접 지역에 70만평 규모의 전자정보 집적화단지를 조성, 30만평에 대규모 공동주택단지를 마련하는 한편, 중.고교와 함께 외국어고.정보기술(IT)고 등 특수 목적고를 세워 30~40대 직원들의 자녀 교육 걱정을 덜어줄 생각이다.

아산시 임창빈 지역경제과장은 "둔포면이나 음봉면에도 50만평 규모로 지방산업단지를 조성, 탕정단지의 액정화면 관련 협력업체 10곳도 모두 아산시에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산시는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 온양사업장(배방면 소재)의 경우 근로자 4천여명 중 대다수가 교육.문화시설 미비로 거주지를 천안으로 정한 것과 관련 "일은 아산에서 하고, 돈은 천안에서 쓴다"는 말까지 나도는 상황이라 탕정단지 삼성 직원만큼은 천안시에 빼앗기지 않겠다는 각오다.

반면 천안시는 느긋한 편이다. 내년 본격 입주되는 불당동 및 두정동의 아파트 밀집지역은 아산 탕정테크노단지에서 자동차로 15~20분 거리로 직원들 거주지역으로 안성마춤이다. 게다가 2~3년 후 고속철도 천안아산역 인근 신방동에 택지지구가 추가로 조성되면 자연히 부동산 투자가치가 높은 이곳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벽걸이TV(PDP)를 생산하는 천안 제3공단 삼성SDI 인근에 공장부지를 물색 중인 삼성코닝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천안시 손응진 산업단지 담당은 "삼성 측이 사업계획을 제출하면 부지 마련 등에 적극 협조하겠다 "고 말했다. PDP용 유리를 생산하는 이 회사는 원할한 자재 공급을 위해 경북 구미 일부 공장을 천안.아산으로 옮길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두 도시의 들뜬 분위기와 달리 삼성전자 측은 경기도 기흥 등에서 이주할 직원이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 전병구 총무과장은 "일부 부동산 업자들이 '삼성 직원들이 천안.아산 지역으로 이사하기 위해 집을 구하러 다닌다'며 뜬 소문을 퍼뜨리고 있으나 2년 후 탕정단지 7라인이 가동되더라도 생산직이 대부분이라 정작 옮겨올 직원은 1백명도 넘지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아산=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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