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술 주고 "이란핵 막아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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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에후드 올메르트(사진) 이스라엘 총리의 중국 공식 방문이 9일 시작됐다. 사흘간의 일정 동안 올메르트 총리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등 중국 지도자들을 만나 수교 15주년을 맞은 두 나라의 관계 증진방안을 포괄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방문의 핵심은 이란 핵문제에 대한 중국의 지원사격 요청이 될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9일 보도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도 8일 "올메르트 총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이란 제재결의안에 중국이 동참한 것에 대한 감사를 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올메르트가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막기 위해 중국이 적극적으로 서방의 노력에 동참해 주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방문은 이스라엘의 외교적 포석의 일환으로 보인다. 중국이 중동 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란과도 최근 160억 달러에 달하는 가스전 개발 협정을 체결하는 등 중동지역과의 에너지 협력에 무섭게 진출하고 있다. 중국산 제품이 중동.아프리카 시장을 장악하는 가운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이라크 전쟁, 이란 핵문제 등에 '입바른 소리'를 하는 중국에 대한 중동권의 정치적 의존도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과의 협력강화에서 이스라엘이 내놓은 카드는 역시 경제다. 이스라엘의 최첨단 정보기술(IT) 및 보안산업에 대한 중국 진출이 논의될 예정이다. 중국은 이란의 가스전 개발을 방해하고 있는 미국을 이스라엘이 설득해 주길 바라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우리 집안의 뿌리는 중국에 있다"고 강조한 올메르트 총리의 개인적인 인연도 동원된다. 올메르트 총리의 조부는 20세기 초 러시아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중국으로 이주해 1941년 사망할 때까지 20여 년간 하얼빈에서 살았고, 38년 팔레스타인으로 이주해 이스라엘 건국운동에 참여한 그의 부친은 하얼빈 공대를 졸업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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