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s] 웃으면 돈이 와요 '하하호호' 주식회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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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우리 회사에는 없는 게 없답니다.웅진그룹의 젊은 사원들이 웅진이 만드는 책·정수기·비데·밥솥·음료수 제품 등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정지혜·장혁수·이승헌·김태희·전경아·박민규씨. [사진= 강정현 기자]

웅진그룹의 모태는 1980년 설립된 헤임인터내셔널(지금의 웅진씽크빅)이라는 출판사다. 백과사전 영업사원 출신인 윤석금 회장이 세운 회사. 이후 웅진은 사업영역을 넓혀 현재 ▶교육출판 ▶환경생활 ▶식음료품 ▶레저.개발 ▶유통.서비스 등 5개 분야에서 사업을 하는 10개 계열사를 뒀다.

웅진씽크빅을 비롯해 웅진코웨이(정수기 등 생활환경제품), 웅진식품(아침햇살 등 음료) ,웅진쿠첸(전기밥솥 등 가전)이 주력업체다. 그룹 전체 정규직 직원은 4500여 명, 매출은 2조 5000억원(2006년 예상치) 수준이다. 웅진코웨이의 코디(약 1만2000명.렌털서비스요원)와 웅진 씽크빅의 학습지 교사(약 9000명), 임시직 2000여 명을 포함하면 약 3만 명에 가까운 인원이 웅진 그룹에서 일하고 있다.

윤 회장은 직원들이 신바람 나게 일해야 회사가 잘된다고 강조한다.그래서 그룹 곳곳에 '펀(fun) 경영' 문화가 깃들여 있다. 웅진코웨이의 박용선 사장은 매주 하루는 직원들 10~20여 명과 만나서 '논다'. 체험 농장에 가기도 하고 케이크를 만들기도 한다. 하이팅(High-ting)이라고 이름 붙인 이 프로그램은 사장과 직원들이 만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웅진식품도 '최고경영자(CEO)는 내 친구'라는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회사는 또 한 달에 한 번, 오후에 시간을 내서 업무와 관련된 전시회.음악회를 가거나 대학가를 탐방하는 '하프 프리데이'도 실시한다. 웅진씽크빅은 칭찬받을 만한 사원을 매달 3명씩 뽑는 '칭찬 릴레이'로 회사 분위기를 북돋운다.

웅진에서 근무하는 팀장 이상의 간부는 독서 토론회인 '북클럽'의 멤버다. 임원들은 매주 월요일, 팀장들은 월 2회씩 같은 책을 읽고 책의 내용을 어떻게 경영에 접목시킬 수 있을지를 토론한다. 웅진코웨이 인재개발팀 김창훈 팀장은 "업무에만 매달리다보면 시야가 좁아지는데 정기적으로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니까 생각의 폭이 넓어졌다" 말했다. 웅진은 올해부터 사원 북클럽도 운영할 계획이다. 웅진그룹 임직원들은 지난해 도입한 '코칭' 제도에 따라 다단계의 평가를 받는다. 우선 역량 평가를 1년에 2번, 업적 평가를 4번 받는다.

평가 때마다 상사가 후배를 만나 30분 정도 면담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상사는 어떤 점을 잘했고, 어떤 점을 못했는지 세세하게 지적해 준다. 각 계열사 사장들도 면담을 피할 수 없다. 윤석금 회장이 사장들을 만나 면담해 역량을 저울질한다. 평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상사.동료.후배로부터 받는 '다면 평가', 종업원들의 만족도를 재는 '회사 만족도 평가', 코칭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를 재는 '코칭 만족도 평가' 등을 거쳐야 한다.

웅진그룹 기획조정실의 김광년 과장은 "평가등급만 알려주는 게 아니라 왜 그 등급을 받았는지를 자세히 설명하고 앞으론 어떻게 해야 조직생활을 잘 할수 있는지를 서로 상의하는 방식으로 평가가 이뤄져 다단계 평가에 대한 직원들의 호응이 좋다"며 "팀장들도 평가를 하면서 리더십을 기른다"고 말했다.


Q&A

웅진의 복지제도 수준은 굴지의 대기업 못지 않다. 7년 이상 근속 직원에게는 20일, 12년 이상 근속 직원에게는 30일간 휴가를 준다. 여기에 휴가비(100만~200만원)를 별도로 지급한다. 최근엔 임시직인 '코디 매니저(CM)'에게도 학자금을 지원해 주는 복지제도를 마련했다. 700여 명에 달하는 CM의 자녀에겐 대학교 등록금까지 대준다. 이 외에 업무와 관련한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학원비 등을 지원하는 '블루 프린트' 제도, 마케팅 직원들의 경력 관리 프로그램인 '사내 MBA' 제도 등을 운용해 직원들의 자기 계발을 돕는다.

임미진 기자

-2007년 채용 계획은.

"신입사원 공채는 연말에 한다. 지난해 신입사원을 80명 뽑았다. 올해는 100명 안팎을 뽑을 것 같다. 경력직 사원은 계열사들이 수시 채용한다."

-신입사원의 계열사 배정은.

"입사 지원서에 쓰인 희망회사를 감안해 배정을 한다."

-다른 계열사로 옮길 기회도 많은가.

"빈 자리가 생기면 그룹 공모를 한다."

-채용설명회는 어떻게 여나.

"지난해 처음으로 7개 대학에서 채용설명회를 했다. 올해는 더 많은 대학에 갈 것이다. 웅진코웨이는 지난해 미국 유수의 대학에 직접 가 석.박사 유학생을 뽑았다."

-웅진코웨이의 코디는 어떻게 뽑나. 보수와 승진 제도는.

"코디는 수시로 채용한다. 45세 미만이고 서비스 정신이 몸에 밴 사람이면 누구든 지원할 수 있다. 실적에 따라 소득은 천차만별이다. 정수기 필터를 관리하는 등의 기본 업무가 있어 한 달에 80만~120만원 급여는 보장된다. 3년 이상 근무한 코디는 평가에 따라 관리직으로 전환된다. 코디를 관리하는 CM(코디 매니저)은 임시직이고, 그보다 지위가 높은 지국장.총국장은 정규직이다."


신입사원

웅진의 김태희 "여선배 많아 힘나요"

웅진그룹에도 김태희가 있다. 2005년 12월 입사해 웅진코웨이 영업본부 교육팀에서 일하는 김태희(25.사진) 사원이다. 탤런트 김태희 못지 않게 예쁘다. 연세대 교육학과 01학번인 그는 전공을 살려 코디 매니저(CM)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교육학.경영학을 복수 전공한 김씨는 굴지의 대기업에도 동시 합격했지만 웅진그룹을 선택했다. 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고 생각했단다. 김 씨가 일하는 교육팀 여성의 비중은 80%다. 팀장도 여성이다. 김씨는 "회식 때도 술을 거의 안 마시고 수다를 떠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며 "아이를 낳은 여선배들이 회사에 잘 다니는 모습을 보며 '이 회사 들어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웅진그룹 측은 "여성을 우대하는 정책은 없지만, 채용.승진에서 차별을 두지 않다보니 여성들이 활약할 공간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룹 전체 직원 중 여성의 비율은 45%에 달하고 여성 팀장의 비율은 전체 팀장의 20%다.

김씨는 실무 면접에서 "연수원에 바퀴벌레가 나타나 교육생들이 잡아달라고 하면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을 받았다. '궂은 일도 피하지 않고 할 수 있겠느냐'는 뜻으로 알고 "당연히 제가 잡아야죠"라고 대답했다.

웅진은 스스로 일을 개척하는 사람을 좋아해 이런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다. 신입사원에게 중책을 맡기기도 한다. 입사 1년차인 김씨도 웬만한 교육 프로그램은 혼자 짠다.

직원 교육기획의 전문가로 성장하는 것이 꿈이라는 김씨는 웅진그룹의 입사를 원하는 구직자들에게 "영어.학점보다 면접이 중요하다"며 "직장인 선배 등을 통해 회사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글=임미진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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