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때 노무현 찍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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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번 대선 때 노무현 찍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일본에 "동해를 '평화해'로 부르는 것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는 보도 이후 8일 오전 인터넷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 난리통이다. 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아베 신조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양국간 지명 분명 해결을 위해 이같은 내용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소식이 알려진 이날 오전, 주요 포털 사이트에는 대통령의 신중하지 못한 발언을 비판하는 성토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나아가 한동안 잠잠했던 댓글 '노무현 놀이'가 지난 대선 때 노대통령을 찍었다며 네티즌 자신을 책망하는'내 탓이오 놀이'로 재확산될 조짐이다. 분주한 월요일 오전이지만 주요 포털 사이트의 관련 기사에는 2000개가 넘는 비판 댓글이 쏟아졌다.

◇"치료가 필요하다"='얼까지 빼주면 무엇이 남는가? 제발 정신 차리시지요' 아이디 소욕지족을 쓰는 네티즌은 8일 대통령이 일본에 제안했다는 '평화해' 구상 보도 아래 이런 말을 남겼다. 상당히 점잖은 축에 속하는 댓글이다. "대통령에게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강제 퇴임 시키는 법을 만들어라" "임기말이라고 친일하는 것이냐" 등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비판 댓글이 대다수다. "대통령이 퇴임 후 일본 개그계에 진출할 것"이라는 촌철살인의 댓글도 엿보인다. 아이디 Right_mind도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대해 '(대통령이)정권을 다른 당에게 뺏기기 위한 작전'이라고 비꼬았다.

◇新 '노무현놀이'=네티즌들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나아가 한동안 잠잠했던 댓글 '노무현 놀이'가 되살아나고 있다. 이번엔 '내 탓이오 놀이'다. 8일 대통령의 '평화해' 발언 기사 아래 아이디 노피어98(nofear98)을 쓰는 네티즌은 '아 저번대선 때 노무현 찍었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제목의 댓글을 남겼다. 아이디에 대통령의 성(no)과 국정 운영 능력에 대한 비판(fear)을 담은 듯하다. 이 댓글 아래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했던 네티즌들의 '사죄의 댓글'이 속속 이어졌다. 아이디 wee0093을 쓰는 네티즌은 '저도 노무현 찍었습니다. 사죄 드립니다'라고 썼다.

※노무현 놀이=지난해 5.31 지방 선거 이후 크게 유행했던 '대통령 비판 댓글 잇기'를 일컫는 말이다. 당시 네티즌들은 월드컵 대표팀이 가나에 완패했다는 보도나 할리우드 배우가 이혼했다는 소식 등 대통령과 전혀 무관한 기사에 "이게 다 노대통령 때문"이라는 엉뚱한 댓글을 이어 달았다.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노무현 놀이'는 지난해 가을 세계 최대의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에 등재되기도 했다. 위키피디아는 네티즌들이 직접 입력해 만드는 인터넷 UCC 백과사전이다. 영어.중국어.프랑스어 등 세계 10개국 언어로 개설돼 있으며 매일 수백만명이 방문한다.

박연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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