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추억] 즉석 라면 개발 … 평생 '라면 점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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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컵라면''봉지 라면' 등 인스턴트 라면의 발명자인 안도 모모후쿠(安藤百福) 닛신(日淸)식품 창업자 겸 회장이 5일 일본 오사카 자택 인근 병원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96세.

안도 회장은 기상 천외의 발상과 대중의 욕구를 한발 앞서 간파하는 통찰력으로 성공한 경영자였다. 50년 가까이 매일 점심 식사를 자신이 개발한 라면으로 해결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최근까지 골프를 즐길 정도로 건강했으며 경영 일선에서는 지난해 물러났다.

고인이 라면 개발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던 신용조합이 파산하는 바람에 빈털털이가 됐던 1950년대 중반이었다. 오사카 시민들이 라면을 먹기 위해 포장마차 앞 장사진을 이룬 것을 보고 즉석 라면 개발을 결심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장기 보존법이었다.

집에 중고 기계를 들여 놓고 연구를 거듭하던 그는 어느날 아내가 만든 튀김 요리에 착안해 이른바 '순간유열(油熱)건조법'을 개발했다. 밀가루를 튀기면 수분이 증발해 표면에 미세한 구멍이 생기는데 나중에 끓는 물을 부으면 다시 원래의 형태와 맛이 복원된다는 원리였다.

58년 첫선을 보인 '치킨 라면'은 대성공이었다. 대량소비사회를 예견한 선견지명의 결과였다. 71년에는 컵라면을 개발해 해외 진출의 물꼬를 텄다. 2005년에는 일본인 우주 비행사를 위한 '우주식량'으로 컵라면을 만들어 공급하기도 했다. 우주왕복선 환경에 맞춰 70℃의 물에 복원되는 라면이었다.

안도 회장의 경영철학은 '식족세평'(食足世平), 먹을 것이 풍족하면 세상이 평화롭다는 뜻으로 자신이 직접 만들었다.

안도 회장은 34년 리츠메이칸(立命館) 대학 경제학과 수료했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아들인 안도 고키 닛신 식품 사장이 있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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