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분류하고 … 통합하고 … 인생 디자인하는 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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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단순함의 법칙

존 마에다 지음, 윤송이 옮김

럭스미디어, 162쪽, 9800원

집이 비좁아 불편하다면 어떤 해결방법이 있을까. 첫째는 더 큰 집을 사는 것, 둘째는 불필요해보이는 물건을 죄다 창고에 넣는 것, 셋째는 가지고 있는 물건을 좀더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다. 더 큰 집으로 이사가는 것은 경제적 부담이 늘어남은 물론이요, 넓어진 공간만큼 쓸데없는 물건이 더 늘어나는 결과를 낳는다. 두번째 방법도 종국엔 마찬가지다. 지은이는 원천적 해결책은 "물건을 효과적으로 조직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단순화하라는 얘기다. SLIP, 분류하고(Sort), 이름을 정하고(Label), 통합해서(Integrate), 우선순위를 정하는(Prioritize), 이른바 '조직'의 법칙이다.

단순화가 효과를 거두는 분야는 이뿐 아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단순화를 가장 뛰어나게 활용한 사람 중 하나다. 비디오 아티스트 마이크 노스는 2004년 '테러, 이라크, 무기'라는 작품에서 이라크 침공 전날 부시가 한 TV 연설 녹화분에서 '테러''대량살상무기''이라크'라는 세 단어를 모두 삭제한 뒤 재편집했다. 남은 분량은 총 연설 분량의 10% 남짓에 불과했다. 부시는 자신이 강조하는 바를 세 단어로 압축해서 반복적으로 전달했고, 이는 재선 승리로 이어졌다. 기본에 충실하고 충분히 반복하고 초조해하지 않는, '학습'의 법칙이란다.

지은이는 세계적인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MIT 미디어랩 교수. 전공 분야인 디자인을 비롯해 비즈니스, 나아가서는 인생까지 아우르는 단순함의 법칙 10가지가 단순하면서 명쾌하다. 160여 쪽의 적은 분량이지만 분량 이상의 생각 거리를 담아 녹록치 않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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