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사수대」 삼엄한 출입통제/영안실 주변과 경찰 움직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부검실랑이 듣고 어머니 또 실신/정치인·재야인사 조문객 줄이어
○…정부가 강경대군 치사사건과 관련,치안본부장·서울시경국장에 대한 문책은 하지 않고 내무장관의 경질만으로 문책인사를 매듭짓자 경찰간부들은 「뜻밖이다」면서도 크게 안도하는 표정.
일요일인 28일 치안본부 간부들은 총경급이상 전원이 출근,「시위진압 안전대책」등 신임 이상연 내무장관에게 보고할 강군 치사사건의 사후대책안 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
한 경찰간부는 이같은 정부의 소폭 문책인사에 대해 『경찰이 사건 하룻만에 자체조사로 진실을 규명하고 사건당일 검찰에 공정수사를 요청하는 등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이 인정받은 것 같다』고 설명하고 『그러나 어차피 7월 경찰청 발족을 앞두고 있어 단지 몇달간 문책인사가 유보된 것으로 볼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강군 치사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지검 서부지청은 서울시경 94중대장 김형중 경감(36)과 3소대장 박만호 경위(37) 등 폭행전경 상급자 2명을 28일 오후 소환,조사하려 했으나 직위해제된 이들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조사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전경들의 강군 폭행을 교사·방조했는지 여부와 특히 박경위가 사건직후 전경버스안에서 쇠파이프 2개·대걸레자루를 찾아내 다른 곳에 버렸다는 사실여부를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들이 지휘책임을 지고 직위해제된 상태기 때문에 형사처벌여부는 이들의 소환조사뒤 결정할 방침.
검찰은 상급자 2명에 대한 수사와 폭행전경이 더 있는지에 대한 조사외에 다른 상급자에 대한 조사는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귀띔.
○…강경대군의 사체가 안치된 세브란스병원 영안실엔 학생 2백여명이 시신사수대를 결성,쇠파이프등으로 출입객을 일일이 통제하며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는 가운데 28일에도 김대중 총재·정대철 의원 등 신민당 간부 10여명과 백기완 전민련 고문 등 재야인사·학생·일반인 등 1백여명의 조문객이 찾았다.
김총재는 오전 10시20분쯤 강군의 빈소에 분향하고 어머니 이덕순씨(40)에게 『강군의 죽음은 우리나라 민주발전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하자 이씨는 『학생들이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달라』며 흐느꼈다.
김총재가 분향하는 동안 영안실밖의 학생들은 『파쇼정권과 야합하는 신민당은 각성하라』는 등의 비난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빈소에는 고 박종철군의 아버지 박정기씨와 임수경양의 어머니 김정은씨 등이 조문했다.
한편 영안실 입구에는 김총재를 비롯,전교조,민중당,5·18 광주의거부상자회 등 정계·재야단체에서 보낸 대형조화 10여개가 놓여 있었다.
○…강경대군의 사체가 안치된 세브란스병원 영안실에는 28일 부검을 실시하려는 경찰측과 이를 반대하며 자체검안을 실시하려는 유족·대책회의측이 하루종일 승강이를 벌였다.
유족등은 이날 오후 7시쯤 검찰의 부검요구를 거부하고 인의협소속 의사들로 검안만을 실시하려 했으나 강군사건의 수사를 맡은 서울지검 서부지청 정현태 검사가 영안실 관리인에게 『불법이니 냉동실 열쇠를 내주지 말라』고 전화하는 바람에 사체인도를 놓고 한시간여동안 관리인과 입씨름을 벌였다.
검찰은 유족등의 시체부검 거부가 완강하자 「부검에 대한 검찰의 공식입장」이라는 유인물을 통해 『사망사건의 경우 죽은 자의 상처부위와 정도,사망과의 연관관계,어떤 행위로 인해 발생된 것인지 등을 규명해야만 행위자에게 법률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부검협조를 당부했다.
검찰은 또 『부검을 하지 않을 경우 억울한 죽음을 당한 사망자나 유족의 한을 풀어주지 못할뿐 아니라 이 사건의 철저한 사인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주장과도 상충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강군의 어머니 이씨는 28일 오후 2시30분쯤 검찰과 대책회의측간에 부검실시를 놓고 승강이를 벌이는 것을 보고 기절,연세대 응급실로 실려가기도 했다.
이씨는 검찰측이 사인규명을 위해 부검을 해야 한다는 말에 『아들을 두번 죽일 수 없다』며 울부짖다 실신했다.
○…29일 오전 8시30분쯤 연세대 정문앞에서 전국목회자정의실천협의회(의장 원형수)·기독학생총연맹·한국기독청년협회 소속회원 50여명이 윤길수 목사의 사회로 30분간 고 강경대군의 명복을 비는 기도회를 가졌다.<김석기·고대훈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