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등급 매기기(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미국의 시사주간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는 해마다 이맘때면 미국 유명대학들의 등급을 매겨 발표한다.
올해도 경영대학원은 하버드,법과대학원은 예일,이공대학원은 MIT가 최고라는 평점을 했다. 대학원 뿐 아니라 전공학과별 등급도 매겼다. 회계학은 스탠퍼드,재정학은 펜실베이니아,연방정부 판검사진출은 하버드,컴퓨터나 전자분야에선 MIT,환경분야는 스탠퍼드가 최고라는 식이다.
만일 우리나라에서도 이처럼 대학의 등급을 매겨 발표하는 일이 있다면 대학들은 스스로 자신의 좌표를 확인하고,설 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필경 많은 대학들이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할 것도 같다.
더구나 지금처럼 밑도 끝도 없이 서울대는 일류고,어느 명문사립대학은 그 다음쯤이고… 하는 세칭 등급이 과연 그 대학의 진면목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도 알고 싶다.
교육부도 얼마전 대학별 평가를 실시한다는 발표를 한일이 있었다. 의외로 대학들의 반발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우리 대학들의 수준을 지레 짐작할 수 있다.
유에스 뉴스지는 경영대학원의 경우 평점기준을 이렇게 제시했다. 첫째는 대학원 입학생들의 학부시절 평균점수,대학원 입시성적,대학원 응시율과 합격률,대학원 졸업 후 즉시 취업률,3개월 후 취업률,대학원 재학시 취업률(기업에 미리 입도선매된 학생수),대학원 입학 후 2년내 석사(MBA) 취득률,미국 유수기업 중역들의 평점,취직을 했을때의 첫 봉급 액수 등이 평점기준이 되었다.
물론 항목별로 비중을 달리했다. 가령 중역들의 평점은 20%,취업률은 30% 대학원 응시와 합격률은 25%의 가중치를 두었다.
이공대학원의 경우 학위(석·박사) 취득률,교수로 임용되는 학생의 비율,연구비액수,학위과정 등록률 등을 평가기준으로 삼았다.
우리나라 대학들도 무슨 자극을 좀 받아야 한다. 이름이 좋아 상아탑이지,경쟁도,자기개선의 노력도 없이 입시지옥이라는 양탄자위에 길게 누워 낡은 노트나 뒤적거리며 거드름을 피우고 있는 것은 시대적인 요구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