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보수 구설 홈데포 CEO 2000억원 퇴직금으로 '눈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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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지난해 거액 보수 논란에 휘말렸던 세계 최대 가정용 건축자재 유통 체인업체인 미국 홈데포 최고경영자(CEO)가 3일(현지시간) 사임하면서 2억1000만달러(약 2000억원)에 이르는 퇴직금을 받게 돼 논란이 일고 있다. 홈데포는 6년간 재임한 봅 나델리(사진) 회장 겸 CEO가 사임하고 후임에 프랭크 블레이크 이사회 부회장을 임명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대학 미식축구 선수출신으로 GE에서 옮겨온 나델리는 그동안 회사 경영 실적에 비해 급여가 지나치게 많다는 눈총을 받아왔다.

2000년 12월 홈데포 CEO에 취임한 그는 지난해 말까지 스톡옵션(주식매수 선택권)을 포함, 총 1억2370만 달러(약 1151억원)의 보수를 받아왔다. 그러나 미국 주택자재 시장에서 독점적 1위였던 회사는 나델리가 재임하는 동안 공격적인 확장 정책을 펼친 2위 로우스에 밀려 고전을 면치못했다.

문제는 부진한 실적 때문에 사임하는 그가 받게 될 퇴직금이 2억1000만달러로 지금까지 받은 총 액수보다 더 많다는 점이다. 그의 퇴직금은 지난해 6월 고객 서비스 우수 점포와 직원들에게 주기 위해 준비해 놓은 3000만 달러의 7배에 달한다. 홈데포는 미국과 캐나다.중국 등지에 2137개의 점포를 두고 있으며 직원은 35만5000여명에 달한다. 홈데포 측은 나델리와 맺은 계약 조건에 따른 퇴직금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퇴직금 지급은 현실을 외면한 어처구니 없는 행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 하원 금융위원장을 맡게 된 바니 프랭크(공화.매사추세츠주)의원은 "현실을 도외시한 처사"라며 "그들은 자기들의 행태가 미국민을 얼마나 화나게 하는지를 모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프랭크 의원은 "상장기업 고위 임원들의 보수와 퇴직금을 제한하는 법률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다른 기업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기 위해 퇴임 경영진에게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함으로써 회사 가치를 떨어뜨리는 '골든 패러슈트(golden parachute)'나 다름없는 행위라며 비난하고 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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