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좌우의 날개'로 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프로배구 V-리그 2006~2007시즌 돌풍의 한가운데에 대한항공이 있다.

대회 초반에는 삼성화재의 브라질 출신 '괴물 라이트' 레안드로가 돌풍의 주인공이었으나 대한항공이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를 연파하면서 관심이 온통 대한항공으로 옮아갔다.

대한항공의 돌풍을 얘기하려면 라이트 공격수 보비뿐 아니라 레프트 공격수 3인방을 빼놓으면 안 된다. 3년차 신영수(25), 2년차 강동진(24), 1년차 김학민(24)이다.

기량이 뛰어난 외국인 선수가 팀마다 포진한 이번 시즌에는 공격 쏠림현상이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 선수가 40점 이상을 올리는 상황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다르다. 신영수(69점)와 강동진(61점), 김학민(21점)이 5경기에서 151득점을 합작, 오른쪽을 독점한 보비의 120점을 훨씬 능가한다.

비슷한 구도인 삼성화재는 오른쪽을 전담하는 레안드로가 137점을 올렸지만 레프트인 신진식(32점).손재홍(40점).이형두(15점).김정훈(22점) 등 4명의 득점을 합해도 109점이다.

신영수와 강동진.김학민은 모두 대졸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됐다. 대한항공이 매시즌 최하위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셋 모두 지금이 핸디캡 극복과정이란 점도 똑같다. 신영수는 원래 라이트였다가 올 시즌에 레프트로 자리를 옮겼다. 공격뿐 아니라 서브리시브 등 수비 부담도 져야 하는 포지션이지만 피나는 훈련으로 빠른 속도로 적응하고 있다. '거물 신인'이란 평가가 무색하게 데뷔 초부터 발목 부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던 신영수였지만 문용관 대한항공 감독이 "올 시즌 성적은 신영수 하기에 달려 있다"고 말할 정도로 팀 내 공격의 핵심으로 자리했다.

강동진은 지난해 블로킹하다가 손가락 사이가 크게 찢어졌다. 이 때문에 도하 아시안게임 대표로 뽑혔다가 중도 탈락했고 지금도 스파이크를 때릴 때면 통증이 있다. 그러나 통증을 이기며 공.수 양면에서 가장 안정된 기량을 보이고 있다.

경희대 시절 라이트 공격수였던 김학민도 레프트로 나서고 있다. 아직 벤치를 지키는 때가 많지만 3경기 5세트 출전에 21득점, 공격성공률 52.94%의 알토란 같은 성적을 올렸다.

김종화 코치는 "지금도 잘해주고 있지만 앞으로 훨씬 더 강해질 것이다. 이들은 젊다"며 셋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이충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