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대국 지향의지 첫걸음/일 자위대함정 걸프파견의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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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내 찬성여론 등에 업고 파견결정/한국·중국등 인접국들 불안 증폭
5백명의 군인을 태운 6척의 일본해상자위대 선단이 일장기를 펄럭이며 걸프해로 항진한다. 가이후(해부)내각은 24일 안전보장회의와 임시 각의를 차례로 열어 그동안 내부적으로 논란이 많았던 기뢰소해정파견을 공식결정함으로써 경제위주의 일외교정책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일본은 이번 조치로 방위비 기준으로 세계 2위에 올라있는 국방력을 해외파병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선례를 남김으로써 내외의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본정부는 이날 대국민성명을 발표,자위대 발족(54년)이래 최초의 해외파병을 하게된 배경으로 ▲걸프해의 기뢰가 일본 선박의 항해에 장해가 되므로 안전확보를 위해 필요하고 ▲이미 정전이 성립된 상태라 기뢰제거작업은 전투행위가 아니며 자위대법상으로도 문제가 없으며 ▲걸프전쟁후 일본의 국제공헌책으로도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가이후 총리는 23일 오후 각 야당당수들과도 회담,협력을 요청했지만 민사당을 제외한 사회·공명·공산당이 모두 현재의 자위대법으로는 「파견불가」라는 입장을 밝혀 총리의 「정치적 결단」으로 자위대파병은 기정사실이 됐다.
이와 관련,방위청은 이미 해상자위대 소해정 「유리시마」「히코시마」(배수량 4백40t,정원 45명)「아와시마」「사쿠시마」(4백90t,45명)등 4척을 선정,대기시켜 놓았으며 빠르면 26일 중이라도 정박중인 요코스카(횡수하)와 히로시마 구레(오)기지를 각각 출항한다.
여기에 소해모함 「하야세」(2천t,1백80명)와 보급함 「도키와」(8천1백50t,1백40명)가 가담,6척이 한 선단을 이루며 참여인원은 모두 5백명.
일본정부가 사실상 걸프전쟁이 종결됐는데도 불구,소해정파견을 서두르게된데는 여러가지 사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소해정파견은 지난해 8월 이라크군에 의한 쿠웨이트 침공사태이후 자민당내에서 「걸프해의 안전항해 확보를 위해 소해정을 파견해야한다」(와타나베 미치오 전정조회장)는 주장이 한때 표면화된적이 있었으나 전화에 휘말릴 염려가 있다는 여론에 따라 쑥들어갔었다. 가이후총리도 1백30억달러에 이르는 재정지원이외에는 헌법논쟁에 자신이 없는 바에야 불문에 부치자는 쪽이었다.
그러나 평화유지군 참여를 위한 유엔평화협력법안이 국회심의과정에서 성립되지 못하고 피난민수송을 위한 자위대기 파견은 전쟁이 끝나면서 「공수표」로 끝나고 말자 이제 뒤늦게나마 소해정이라도 보내 국제적 체면을 살리자는 쪽으로 가이후총리 자신도 마음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이후등 자민당 지도부가 소해정파견을 밀어붙여도 괜찮다고 마음먹은데는 일본국민이 걸프전쟁이후 보이고 있는 「보수화 또는 군사대국지향의지」가 큰 배후의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7일과 21일 두차례에 걸친 지방선거결과에서 나타나듯 국민의 선택이 「자민당경사,또는 총여당화」로 기울어지고 있으며 총리관저에서 비밀리에 조사한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6할이상이 자위대(소해정)파견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결단의 시기」만 기다리고 있었다는 얘기다.
아사히(조일)신문이 24일 보도한 전국여론조사분석에서도 소해정파견에 찬성하는 쪽이 56%로 반대(30%)를 훨씬 앞질렀다.
일본이 소해정파견이 선례가 되어 구태여 자위대법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자국선박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자위대함대가 『남의 영해에도 들어갈 수 있다』(24일 중의원외무위답변)고 보는 이상 한국·중국등 아시아인접국들의 불안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동경=방인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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