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업체 신청 내일 마감/일부그룹 시한 넘길듯(경제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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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비스 업종은 불허방침/동국제강·롯데·동부 결정못해/하위그룹 적격사 없어 고심도/현대,중공업 대신 전자를 선정
은행감독원이 20일을 시한으로 정한 30대그룹의 주력기업신고일을 하루 앞둔 19일 현재 동국제강·롯데·동부 등 3개그룹은 단 한개의 주력기업도 자체선정치 못하고 있다.
10대그룹중에는 럭키금성그룹이 럭키·금성사 2개사를 확정하고 나머지 1개사를 결정치 못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3개씩의 주력기업을 내부 확정,신고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들 가운데 한진·기아·대림그룹은 18일 각각 주거래은행에 신청서를 접수시켜 선정작업이 순조로웠음을 반영했다.
동국제강과 롯데·동부 등이 주력기업 선정에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은 동국의 경우 동국제강·한국철강·연합철강·국제종합기계·동국산업 등 비슷한 업종의 5개사중 어느쪽을 택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기 때문이며,롯데는 ▲식품계열(제과·칠성·삼강) ▲유통·관광(호텔·쇼핑) ▲중공업·유화(호남석유화학·건설) 등에서 계열별로 1개사씩을 선택키로 했으나 최종 결심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이와 함께 계열사의 업종이 다양하지 못한 동아건설은 2개사는 확정했지만 나머지 1개사를 정하지 못하고 있고 조양상선·동양화학 등도 같은 고민에 빠져있다.
이에 따라 몇개 그룹은 신고시한인 20일까지 3개씩의 주력사업을 정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은행감독원의 관계자는 『이 제도의 시행일이 6월1일부터이고,계열사 업종이 중첩돼 선정에 어려움이 있는 부득이한 경우는 다소간 기간의 여유를 줄 수 밖에 없다』고 밝혀 30일까지 이를 연장해줄 뜻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비록 업종제한은 두지 않았지만 서비스업종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배제시킬 방침』이라고 밝혀 계열사중 제조업을 제쳐두고 서비스업종을 신청한 경우 이를 인정치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30대 그룹 가운데서도 그룹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11∼30위권 그룹들은 계열사가 많은 10대그룹과는 달리 주력업종을 비교적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는 후문.
이들 그룹들은 거의 다 계열사가 10개 미만씩인데다 주력업체의 매출비중이 그룹전체의 절반안팎에 이르고 있기 때문.
이들 기업들은 계열사중 매출액 순위로 1∼3위 기업들을 선정하거나 상장기업을 선정한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었는데 일부 업체들은 주력업종에 끼워넣을 기업이 마땅치 않아 막판까지 고심했다.
○…30대그룹은 주력업체 선정 신청마감일인 20일까지는 대부분 주거래은행에 신청서류를 제출할 계획이나 재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주력업종제도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재계는 우선 전세계적인 기술의 융합화 추세로 업종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는데다 격변하는 경제환경에서 기업변신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
또 제조업 중심의 업종전문화가 무역·건설·운수 등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계열기업군에 대한 업종전환을 강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으며 제조업의 발전에는 서비스업의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주력업종제도가 문제가 많다는게 재계의 시각이다.
○…주요 대기업들은 주력업체 선정과정에서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는 「수혜의 폭」을 감안해 결정한 것이 특징이다.
삼성의 경우 일찍부터 사장단회의를 거쳐 전자·중공업·종합화학 3개사로 선정했는데 기준은 제조업이어야 하며 앞으로 주력으로 키울 업체를 골랐다.
럭키금성은 럭키와 금성사를 주력업체로 선정하는데는 이론이 없었으나 호남정유·럭키석유화학·금성일렉트론을 놓고 막판까지 고심중. 이는 구자경 회장이 「자율경영」을 표방함에 따라 오너가 결정하지 않고 내부결정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는 주력기업인 현대중공업 대신 전자를 주력업체로 선정,앞으로 전자부문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나타내 눈길을 끌고 있는데 이는 후발기업인 전자·석유화학에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쌍용은 양회·정유·자동차·중공업중에서 독일 출장중인 김석원 회장이 19일중 최종 낙점할 계획인데 중공업을 주력업체에서 제외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어 중공업이 상대적으로 비인기 업종으로 떨어지는 추세다.<길진현·이춘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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