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면 두자리수 성장 기대/한은 성장전망 상향조정의 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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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저유가등 호재… 적정수준 웃돌까 걱정/물가안정이 최대 과제 긴축기조 촉구
작년말 당시 올해 우리경제에 대해 경제기획원 및 각종 민관연구소보다도 훨씬 낙관적 견해를 피력했던 한은이 또다시 당초 GNP성장률 전망치(7.3%)를 8.9%로 상향수정했다.
더욱이 지난해 실적치(9.0%)에 대한 정부 및 각 연구기관들의 전망치는 이에 훨씬 미달됐던 점을 감안하면 한은의 이같은 전망은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최소한 9% 이상을,잘 풀리면 두자리수까지도 기록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게하고 있다.
이같은 기대는 당초 전망때 평균 유가도입단가를 배럴당 23∼25달러로 책정했던 것이 18달러로 안정되고 우리 경제성장에 「외부 걸림돌」로 작용했던 걸프전이 예상보다 훨씬 앞당겨 끝났기 때문이다.
다만 「보수적인」한은의 GNP성장률 전망치 8.9%조차 적정수준인 잠재성장률(8∼8.5%)을 웃돌고 있어 우려되는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잠재성장률이 우리경제의 가용자원을 총동원했을 때의 적정수준임을 고려할때 그이상이 될 경우 어느 부문인가에는 반드시 그만큼의 반점이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가 바로 그렇다. 비록 예상을 웃도는 9%의 성장을 기록하긴 했지만 민간소비(10.4%)와 건설투자(27.9%)가 성장을 주도,과열을 빚는 왜곡현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이같은 왜곡은 많이 시정될 전망이어서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민간소비증가율이 작년보다 둔화된 8.1%,건설부문이 12.4%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물가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을 9.6%로 전망했다. 부문별로는 ▲농축수산물 8.0% ▲공업제품 8.0% ▲서비스 12.0% 등이다.
그러나 이같은 전망은 특히 올들어 인플레의 견인차인 농산물 가격이 한자리수에서 안정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어 자칫 무너지기 쉬운 「모래성」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 1·4분기(1∼3월)중에만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9%에 달하고 있어 인플레심리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또 연초에 덜오른 공산품가격도 복병이고,최근 분양가인상에 따라 들먹이는 아파트값 역시 만만찮은 불안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은은 이같은 점을 종합해볼때 올해 정책운용의 최우선과제로 물가안정을 꼽고 총수요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총통화증가율을 목표치(17∼19%)의 하한선인 17%로 운용할 방침이며,정부에 대해서는 긴축기조의 재정운용을 촉구하고 있다.
요컨대 유가하락,중동 및 북방특수 등의 외적 호재에 의해 재발전의 계기를 잡은 모처럼의 호기를 물가로 인해 놓쳐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이춘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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