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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북한에 원유 계속 공급/정부 소식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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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작년 소비량 40%… 한때 중단설/경화 결제방식 1년 유예/아­태 주도권 위한 무마책인듯
소련이 현금결제를 요구하며 중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던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소련문제에 정통한 서울의 한 고위 외교소식통은 이날 『올해 1월1일부터 전사회주의국가에 대해 실시키로 한 경화 결제방침을 북한에 대해서는 1년 유예했다』고 밝히고 이에 따라 원유공급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소련은 사회주의권국가에 대해서는 장부상 결제방식으로 구상무역을 하는 청산결제방식을 이용해 왔으며 북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이같은 방식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요한 군수물자의 하나이기도 한 원유의 대 북한 공급량은 지난 86년 10월 김일성 주석이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당시 80만t에서 2백만t 수준으로 올릴 것을 합의했었다.
86년 당시 북한의 소련으로부터 원유수입량은 전체원유 수입물량의 15.6%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초에는 40%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 소식통은 그러나 소련의 산유시설 노후화로 전체 원유물량이 줄어들고 북한이 이를 결제하기 위해 역수출할 물량이 적어 올들어 다소 공급량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또 소련이 경화결제를 유예하고 청산결제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북한 외에 중국·베트남·쿠바 등이 있다고 전했다.
소련은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방한 등 한국에 대한 접근을 강화하면서도 북한에 대해 특혜를 유지하고,지난 1월 군사대표단을 북한에 파견하는가 하면 이와 비슷한 시기에 방한한 마슬류코프 부총리는 『북한에 대해 재래식 무기는 계속 공급하겠다』고 밝히는 등 남북 양측에 깊숙히 개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한 소련문제 전문가는 이에 대해 『아­태지역의 신질서 구상을 실천하기 위해 북한을 다둑거려두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때문』이라며 『소련이 제기하고 있는 동북아 안보협력기구 구상도 주변강국중 유일하게 남북 양측과 수교하고 있는 소련의 동북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우리 정부는 오는 19일의 제주도 한소 정상회담에서 소련의 북한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자제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져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반응이 주목된다.
◎경제난 북한 소에 구걸/소 남북카드 이용 속셈(해설)
소련이 북한에 대해 경화지불을 유예해준 것은 북한의 경제사정이 극도로 악화돼 있다는 점과 북한에 대한 압력수단을 유지하자는 점 때문이다.
정부는 한 고위당국자도 올해 초 『북한의 경제는 봄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 이전에 내부 동요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이러한 전망은 북한이 대외 채무 불이행자로 낙인이 찍혀있는 상태에서 소련이 경화지불을 요구하고 석유공급을 중단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북한측은 이러한 사정을 호소하며 올해초 소련측에 대해 거의 애걸복걸하다시피 하며 유예조치를 받아냈다고 한 소식통이 전했다.
그럼에도 북한은 소련에 대해 역수출할 물량조차 모자라 원유공급량이 줄어들고 극심한 전력난을 빚고 있다.
현재 북한의 석유공급원은 소련이 40% 이상이고 나머지는 이란·중국 등이다.
한편 소련으로서도 일본이나 한국의 시베리아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조기파산하기 보다 당분간 「카드」로 활용될 가치가 있다고 인식해 이같은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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