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 "어렵다고 기죽지 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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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출정식' vs "기죽지 말자"=오전 8시40분부터 서울타워 앞에서 열린 한나라당 단배식은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정권 창출'이란 구호가 쩌렁쩌렁했다. 500여 명의 참석자는 활기가 넘쳤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 손학규 전 경기지사, 원희룡 의원 등 주자들은 도보로 서울타워까지 오르며 단합을 과시했다. 남산을 찾은 시민들은 "시장님, 힘내세요!" "박근혜 파이팅!"을 외치며 분위기를 돋웠다.

강재섭 대표는 "대표로서 공명정대하게 경선을 관리하고 온몸으로 후보를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열린우리당은 오전 6시30분 중앙당에서 조촐히 단배식을 치렀다. 김근태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천정배.문희상.김혁규 의원, 정대철 고문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현역 의원은 20여 명에 불과했다. 최근 분위기 탓인 듯 다들 "어렵다"는 얘기부터 꺼냈다. "괜찮아질 것"이라며 서로를 위로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 의장은 "지금 상황이 어렵다고 우리가 기죽을 필요 없다"며 "모든 대선에서 한번도 우리가 먼저 앞서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여름이면 한나라당과 경쟁하고 국화꽃이 피는 가을이면 우리가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라고 했다.

◆'희망'을 얘기한 주자들=행주산성에서 새해를 맞은 이명박 전 시장은 자신의 높은 지지율에 대해 "국민이 박탈감과 위기감을 느끼면서 뭔가 이룰 수 있는 사람에게 기대를 거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행주산성에서 내려오는 길엔 팬클럽 회원에게서 '황금빛' 새끼돼지 한 마리를 선물로 받았다.

박근혜 전 대표는 오전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 따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묘소를 찾았다. 박 전 대표는 "올해는 특별히 다짐을 드렸다"며 "반드시 흔들리는 나라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건 전 국무총리는 김영삼(YS).김대중(DJ) 전 대통령을 차례로 방문했다. YS정부 때 국무총리를 지낸 그는 매년 당시의 국무위원들과 함께 YS를 방문해 왔다. DJ와는 예정에 없던 독대를 20여 분간 했다.

손학규 전 지사는 상도동으로 YS를 방문한 뒤 오후엔 지지자들과 함께 강화도 마니산을 찾아 '새해 캠프 출정식'을 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은 새해를 포항의 포스코 용광로 작업장에서 맞았다. 그는 "우리 사회의 갈등과 반목을 용광로에 녹여 새로운 국민의 희망을 만드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는 대세대로 흘러갈 것"=DJ는 "이번 대선은 이기고 지는 것보다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선거가 됐으면 좋겠다"며 "나도 지역에 관심을 갖지 않고 국민의 힘으로 (정책 중심의 선거로) 바꿔 보자고 호소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열린우리당 지도부엔 "(민심이) 바닥이다. 더 이상 떨어질 게 없다는 생각으로 하라"고 조언했다. 한나라당에서 남경필.정병국.이계경 의원 등이 DJ를 찾았다.

붓글씨를 즐기는 YS는 신년 휘호로 '무신불립(無信不立)'을 써 보였다. 그는 DJ정부 때인 2001년 첫날에도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을 썼다. YS는 "(무신불립은) 논어에 나오는 글로 원래 '민무신불립'이며 백성의 믿음이 없으면 나라가 바로 설 수 없다는 뜻"이라며 "올해 제일 맞는 말 같아서 한번 써봤다"고 했다. YS는 이어 "노무현 대통령이 워낙 인기가 없다 보니 어디로 (선거 방향을) 끌고 갈 것도 없다. 이번 선거는 대세대로 흘러갈 것"이라며 "우리 국민은 선거를 참 잘 치른다"고 했다.

신용호.고정애.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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