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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골적 정사·잔인한 살상·패륜행위까지|해적판 일 만화 "우후죽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만화내용 중 반 이상이 성적 묘사를 하고 있으며 게재되는 내용은 주로 연애 방황 폭력 야성 초능력 등이다 이는 일본 동경부 생활 문화국이 자국의 만화실태를 조사 분석한 뒤 지난해 8월 발표한 것으로 일본 만화가 본국에서조차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같이 문제의 소지가 큰 일본만화가 국내에 범람하고 있다. 일본만화의 소용시태는 과연 어떠한가.
일본 만화의 표절·복사 시비 및 이에 따른 사회적 역기능에 대해서는 꾸준한 논란이 있어 왔으며 사회 문제로 대두된 것은 87년째다.
당시 민주화 분위기에 편승, 일부 출판사들이 영리만을 목적으로 일본의 성인만화를 아무런 여과 없이 지하 출판해 모방범죄 유발 등 각종 부작용을 동반했으나 판매에 호조를 보이자 많은 출판사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해적출판을 해 온 것이다.
87년에만 24개 출판사가 1백70여종의 일본 만화를 지하 출판했으며 지난해 10월까지 34개 출판사어1서 2백 종의 만화를 출판했던 것으로 한국 간행물 윤리위원회에 의해 접 계됐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은 이들 2백 종의 일본 만화 중 21종만이 아동용이고 나머지 1백79종은 불량·저질의 성인만화인 점과 이들 만화들이 전국 7천여 대본 소(만화가게)를 중심으로 청소년들에게 읽혀지는 점 등에 있다.
일본만화 특유의 선정 성·폭력성·잔인성을 담고 있는 해적 출판만화들은 국내의 가공작가 또는 편집부 기획 등의 이름으로 권당 5백원의 가격에 학교주변 문방구·책방 등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일본 집 영사에서 발행한『드래곤볼』이라는 만화는 국내 또 잡지사에서 초판으로 8만 부를 찍는 등 국내 아동 등에게 폭발적 인기를 누리자 국내 4개 출판인이면서 경쟁적으로 제호만 바꿔 출판하기도 했었다.
이같이 일본 만화가 국내에서 잘 팔리는 이유로는 ▲국내만화가 및 작품의 빈곤 ▲아동에게 어필하는 일본 만화의 선정·폭력성 ▲일본 만화의 해적 출판비용 저렴의 경제적 이점 등을 꼽을 수 있다.
국내 만화가 숫자는 3백여 명으로 이중 소위 인가작가는 l0여명에 불과할 뿐 아니라 그들의 작품 내용도 일본 만화와 흡사한 것이 일본 만화 선호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간행물 윤리 위의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일본은 l백만 부 이상을 발행하는 만화잡지가 24종이나 되고 89년 도서판매액 층 2조4백 억엔 중 만화 매출액이 23%를 차지하는 만화 강국이다(일본 출판 과학연구소 조사).
또 90년 단행본 만화발행 부수도 우리나라의 2백 배에 이르는 20억 권인데다 원고심의도 우리와는 달리 자율인 점이 일본 만화의 국내 해적출판을 부추긴다는 것.
또 일본 만화 내용이 권선징악이라는 주제구현을 위해 살인면허 소지 수사관·사무라이·닌자·살인 청부업자 등 이 출연, 권모술수·잔인한 폭력·살상을 일삼는 한편 재미요소로 노골적 정사장면·패륜·개방적 성 모럴 등 이 추가되고 있는 점도 이들 만화가 국내흥행에 성공하는 이유 중 하나로 지적된다.
이같은 청소년층의 일본 만화 호응추세는 레이저 기기 붐과 맞물려 레이저디스크 만화에까지 광범위하게 이르고 있다.
충무로 지하상가·전자 상가의 레이저디스크 만화영화 판매소에는 항상 3∼4명의 초·중·고교생들이 붐비고 있다.
이들이 강당 4만∼5만원 하는 디스크를 1주일 대여하는데는 5천원 가량의 대여료와 5만원전후의 보증금이 필요하지만 인기만화인『아키라』같은 것은 예약하지 않고는 빌릴 수 조차 없는 실정이다.
어린이들이 비록 일본어를 해득할 수는 없지만 이미 만화를 통해 아는 내용을 선명한 화면을 통해「복습」하고, 일부 부유층 자제들은 이를 다시 복사, 돌려보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간행물 윤리 위가 한일 저작권 시비, 국내관계법 마련 등의 난관을 넘어 3∼4년 후로 시행이 예견되는 일본 만화 사전 심의제도를 지난달 1일 도입한 것은 영리만을 추구하는 일부 출판사에 도덕적 각성을 촉구하는 것이 우 선의 목적으로 보인다.
간행물 윤리 위 심의3부(만화분과)황수방 부장은『사전 심의 제 도입이 일본만화수입의 길을 터놓는 조치가 아님은 분명하다』면서『그러나 시중의 일본만화를 방치할 수 없어 내용검색을 통해 일부 출판업자 등 만화 유통 계에 도덕성을 불어넣기 위한 사전조치를 취하게다』고 말했다. <김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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