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열기 가속화/고르비권좌 “흔들”/그루지야공 “독립”배경과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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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새 연방안도 분리파 반대로 실현 못시켜/일부선 “극적조치 없으면 올해 실각”주장
그루지야공화국이 9일 이미 독립을 선언한 발트 3국에 이어 네번째로 독립을 선언함으로써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또한번 정치적인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작년 10월이래 약화된 자신의 정치적인 입지와 소연방의 분열움직임에대해 대통령의 비상대권과 연방제유지에 압도적인 찬성을 보여준 지난달 17일의 국민투표결과라는 두가지 무기로 대응해왔었다.
그러나 경제·사회적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그의 대통령령은 이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독자적인 정책을 실시하는 공화국 정부와 더욱 더 급진적인 정책의 실시를 촉구하는 옐친등 급진개혁파의 공세에 의해 정책의 혼란만을 초래하고 사실상 무력화돼 왔다.
또한 새로운 주권공화국들의 연방으로 소연방을 재구성,하나의 연방체로 존속시키려는 그의 노력은 국민투표 자체를 거부한 6개 분리파공화국들에 의해 난관에 부닥쳐 왔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 다시 그루지야공화국이 탈소 독립을 선언함으로써 소연방 구성공화국들의 탈소 독립열기와 연방분열의 움직임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루지야는 소련남부 흑해지방에 터키와 면한 인구 5백40만명의 농업지역이나 스탈린·셰바르드나제등 거물 정치지도자를 배출한 공화국이다.
1801년 러시아 제국에 병합된 이래 계속적인 독립투쟁을 벌여와 주민들의 독립에 대한 열기도 높다.
특히 볼셰비키에 반대하던 멘셰비키가 정권을 잡은 1918년이래 21년 적군에 무너질때까지 잠시 독립을 누린적도 있으며 현재는 비공산민족주의 정부가 정권을 장악하고 있다.
따라서 비상대권과 군등 물리력을 확보하고 있는 고르바초프로서는 소련의 정치·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고 연방의 분열을 막기위해 점점 비평화적인 방법에 의존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소련의 경제는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미 금년 1·4분기중에만 국민소득이 12%이상 하락하고 유통체계가 제대로 가동하지 않는등 붕괴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여기에다 임금인상과 고르바초프의 사임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는 석탄광원들의 움직임은 소련 경제 전반,특히 중공업분야에 심각한 타격을 안겨주고 있다.
따라서 지난달 17일 실시된 국민투표결과로 잠시동안 정치적인 승리의 기쁨을 맛보았던 고르바초프는 1개월도 안돼 정치·경제등 모든 분야로부터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게된 셈이다.
또한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로부터 비상대권을 확보한 옐친의 거센 공격과 사임요구,국가를 유지하기위한 막강한 권력을 부여받고 있으면서도 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연방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는 보수파들의 비난과 사임요구 등에 직면,그야말로 좌우의 정치적 포로가 된 듯한 느낌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러시아족 정치지도자로서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자로 알려진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공화국 대통령이 9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전술상의 극적인 변화를 이루지 못할 경우 금년중으로 실각할 수도 있다』고 밝힌 것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1년동안 실시하겠다는 계획으로 고르바초프가 제시한 소위 「반위기계획」도 근무시간 중의 파업·시위금지 등의 통제안 들을 포함하고 있지만 소 연방이 최근 연달아 내놓았던 위기 수습안과 달리 뾰족하게 큰 효과를 낼지는 벌써부터 회의적이다.
레닌이후 가장 유능한 정치지도자라는 칭송을 한때 들었던 고르바초프가 과연 어떤 방식으로 이러한 위기를 극복해나갈지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김석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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