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손 잡는다고 신당이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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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정동영 두 사람의 신당 창당 선언에 당 사수파는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합의문에 적시한 '어느 누구의 영향에서도 벗어나겠다'는 대목을 놓고는 '당의 사당화' 내지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 "둘이 한다고 되나"=대다수 당 사수파 의원들은 두 사람의 결의가 당 전체의 합의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 김형주 의원="두 사람 다 대선후보이기 때문에 빨리 신당 만들어 대선 레이스하려는 마음이 드러나지 않았나 생각한다. 두 사람이 손잡고 신당 한다고 내일 아침에 신당이 되는 게 아니다. 그런 신당이라면 '도로 우리당'이다. 깊이 우려하지 않는다. "

▶이화영 의원="두 사람은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인데 노무현 대통령은 배제하면서 이념과 노선이 다른 고건 전 총리는 양심세력이라며 참여시키느냐. (두 사람은)뭘 위해 정치 하고 정체성은 뭔지…. 두 사람은 우리당 실패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다. 중이 절이 싫으면 떠나면 되는 것이다."

▶ 이광철 의원="결국 지분을 갖고 통합한다는 것인데 어제(워크숍) 토론은 뭐가 되느냐. (어제는) 대통합 결의만 했는데, 합의되지도 않은 통합신당을 오늘 (두 사람이) 발표하면 의원들 의견수렴 문제는 어떻게 되나. 대선주자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당을 사당화하고 수단화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

◆ "좀 지켜보자"=당 사수파 중 일부 의원은 두 사람의 합의를 축소 해석했다. 당 사수 입장인 신기남 전 의장은 "두 사람의 합의는 지금까지 보여 온 신당파의 무원칙하고 성급한 태도에 비해 상당한 변화를 가져 온 것으로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당의 정체성을 살리고 당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평화 민주개혁 세력의 대통합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이광재 의원은 "두 사람의 발표는 (워크숍에서) 대통합을 하기로 한 것을 재차 확인한 것으로 본다"며 "대선 국면에선 당이 흩어지지 않고 한데 모아서 가는 게 중요한 만큼 앞으로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 청와대는 무대응 속 평가절하=노 대통령은 두 사람의 합의 내용을 보고 받았으나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윤태영 대변인도 "그 부분에 대해선 특별히 말할 게 없다"고 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구체적인 얼개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권 움직임 하나하나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지 않으냐"며 "앞으로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정욱.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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