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의장(右)과 정동영 전 의장이 2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나 ‘원칙 있는 국민의 신당’ 창당에 합의했다. 오종택 기자
그런 두 사람이 28일 조찬회동에서 '원칙 있는 국민의 신당'을 하기로 손을 잡았다. 정치권은 사실상 '통합신당'을 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통합신당 논의에 대해 '도로 민주당'이라고 비판해 왔다. 그래서 곧바로 "둘이 (노 대통령과) 따로 선 것"(우상호 대변인)이란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이번 합의가 노 대통령과의 결별로 받아들여지는 데는 부담을 느끼는 듯했다. 정 전 의장 자신이 오후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노 대통령과) 갈등 구조의 심화로 왜곡하려는 움직임에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제동을 걸었다.
◆ 조심스러운 '결별' 선언=합의문에서 두 사람은 "어느 누구의 영향권에서도 벗어나 자율적.독립적으로 국민의 품속에서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배석했던 우 대변인은 "'어느 누구'가 누구냐"는 질문에 "잘 알지 않느냐. 정치 영역의 문제는 맡겨 주시면 좋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노 대통령을 가리킨 것이다.
두 사람은 직접 노 대통령을 겨냥하는 모습은 피했다. '당의 정체성을 발전시켜 나가는 원칙 있는 신당' '전당대회를 열고 당원의 총의를 모아'와 같이 '노 대통령의 표현'을 원용했다. 한 의원은 "노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 지지율에서 손해를 본다"며 "우린 조약돌이라도 모아가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지난 주말 비공개 만남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중진들을 두루 만나 사전 정지 작업도 벌였다고 한다. 정 전 의장은 김원기 전 국회의장, 문희상.천정배.김혁규.유인태 의원 등과 만나 의견을 들었다. 김 의장도 당 사수파까지 두루 접촉했다.
◆ "경쟁자들이 힘을 합쳤다"=둘의 회동에 대해 한 의원은 "당이 무너진 상황에서 두 사람은 라이벌이 아니라 함께 살아남아야 하는 조력자"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협력한 데는 "국민은 지금 우리당에 절망하고 있다"는 위기 의식이 깔려 있다. 여당의 정계개편 논의가 지지부진할 경우 아예 외면받을 수 있다고도 본다. 자칫 정치의 중심에서 완전히 밀려날 수 있기 때문이다.
◆ "우리 명분이 우월하면 노 대통령도 동의할 것"=양측은 내년의 2.14 전대에서 당내 세력을 모두 아우르는 통합의 모양새를 만들어내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둘의 회동은 이런 정지 작업을 해 나겠다는 선언"(민병두 의원)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문제는 노 대통령에 대한 불신이다. 문학진 의원이 전날 의원 워크숍에서 "노 대통령이 정계개편 논의에 관여하지 않고 국정에 집중한다면 퇴임 이후를 보장해 줄 수 있다"고 공개 발언했을 정도로 신당파와 노 대통령 사이의 골이 깊다.
한 의원은 "둘이 제시한 '원칙 있는 국민의 신당'이 명분이 우월하면 실용주의자인 노 대통령도 동의하고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전망을 하는 의원은 소수다. 두 사람 사이의 균열을 예상하는 이도 있다. 양측은 이날도 합의문 해석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고정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