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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동학사상 난세 극복의 열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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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시인 김지하씨가 새로운 사상, 문화적 차원 변화의 역동적 계기로서 동학의 수운사상을 제시하고 나와 주목된다.
김씨는『월간중앙』3월 호부터「새로운 세계관을 위한 모색」이라는 주제로 연재하고 있는 칼럼「옹치격」에서 엄청난 변모와 파괴를 경험하고 있는 지금의 삶과 세계는『인류문명사 전체의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고 진단하고『한 계급이나 계층적 세계관과 사상으로는 대응할 수 없는 심각한 도전』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현재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는 종말론은 복잡하고 고통스런 삶을 대상하는 집단 무의식의 범람에 불과한 것이고 원운동적·공간적인 순환론을 핵심으로 하는 전통 동양사상으로서는 최근의 거대한 차원변화를 설명할 수 없다며 동학의 창시자 수운 최제우의 사상을 내세웠다.
김씨는 수운의 사상은 동양 초유의 진화사상으로 한국민족의「한」사상, 혹은 풍류사상을 바탕으로 동양의 유불선과 서양의 기독교를 창조적으로 통일한 새로운 사상이라고 보았다.
김씨는 계속된 4월호의 칼럼에서『세계는 해체·확산의 추세에 있으며 전체가 개체를 억압하는 시대에서 개체가 자기 안에서 전체를 실현하는 개별화의 시대로 변하고 있다』며『기존 사회변혁운동에의 환멸에 대한 반동으로 번지고 있는 우리사회의 개인주의·이기주의가 오히려 싱싱한 시대적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봤다. 김씨는『이 같은 개성화가 민주주의·탁월한 인권의 기본원리가 된다』면서 동학의 인내천사상과 연결시켰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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