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기자 코너] '웃음주는 사람' MC 김제동씨를 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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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을 주는 사람'김제동씨(29)가 추구하는 이상은 '홍희인간(弘喜人間)-조국과 민족이 웃는 그날까지'다.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성적에 눌려 사는 우리들에게 조건 없이 주는 웃음보다 더 좋은 약은 없다. 그는 어떻게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웃길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웃고 살 수 있을까. 방송 프로에 출연하고 나온 김제동씨를 우리 학생기자들이 만났다.

-웃음의 정의를 내린다면.

"이런 것이죠.(물을 마시던 중 웃으며 뱉어냈음) 웃음은 물을 먹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뱉어낼 수 있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도 얻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 말이죠."

-봉산탈춤이나 양반전.호질(虎叱) 등 작품을 보면 우리 조상들이 생활에서 웃음을 추구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어요. 현대인들이 일상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웃음을 추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당시엔 문학이 심리적 억압과 분노의 분출구였다고 봅니다.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보지 않고 웃음을 웃음 그대로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 웃음이 나올 것 같지 않은 상황에서도 웃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는 그런 노력을 도와주는 사람에 불과합니다."

-외국에서는 정치인들이 코미디 프로에 출연해 국민에게 자주 웃음을 주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 것 같아요.

"문화적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에는 권위주의적 가부장제도 때문에 말을 많이 하고 많이 웃는 남자는 경박한 사람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자리잡았죠. 그래서 지위가 높은 사람은 웃으면 안되고, 아들을 웃기는 아버지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워요. 그런 사회 분위기가 조금씩 변하고 있지만 사실 눈높이가 맞지 않는 관계에선 웃는 게 어렵습니다. 웃으려면 함께 눈높이가 낮아져야 합니다."

-최근 자살 사건이 잇따라 우울해요.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일단 그러면 안됩니다. 물론 살다보면 힘든 일들이 있겠지만 생명은 소중합니다. 나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나처럼 생각하고, 나처럼 행동하며 살아가는 생명체는 세상에서 나 혼자뿐이죠. 그만큼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는 말입니다. 나 하나만 사라지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남은 사람들도 생각해야지요."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는 말을 해주세요.

"매 순간 더 이상의 미래가 없을 것처럼 열심히 살고, 가능하면 꿈을 크게 가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꿈만 꾸면 안되고 노력해야 합니다."

박유선.정혜연.김용준.김은희.최상민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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