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무자비한 물가인상/국민들 생활고 가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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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생산보조금 없애 적자 메우기/우유·고기등 300%까지 올라
2일(모스크바시간)부터 실시되는 물가인상을 앞두고 소련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재기현상은 거의 공황상태로 번지고 있다.
지난달 19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포고령에 따라 근 30년만에 대대적으로 단행되는 이번 물가인상조치는 정부가 업체에 대주던 생산보조금의 완전철폐를 염두에 둔 전면적인 가격 개혁정책이지만 실시 초기과정에서 소련 국민들의 생활고를 더욱 가중시키는 부작용이 예상된다.
이번 조치는 고기·우유·빵 등 기본식품은 평균 60∼3백%,전기제품·목재건설자재 등은 2백50∼1천% 인상하고,냉장고·세탁기·진공청소기·훈제소시지 등 전체소비재의 약 30%가량의 품목은 공급자와 소매상점이 협의해 결정하는 「계약가격」에 의해 판매되도록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소매물가 정책과 비교하면 가위 혁명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소련은 지금까지 국민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도매물가에는 어느 정도의 이윤을 인정해왔으나 소매물가는 정책목표에 따라 국가고시 가격으로 묶어놓은 고정가격제를 실시해 왔다.
이 과정에서 생산자가 보는 손해를 보전해주기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그 결과 정부는 90년의 경우 1천8백억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이를 메우기 위한 통화증발로 인플레 현상을 가속화시켰다.
바체슬라프 센차고프 소련 국가가격위원회 의장은 『이번 조치의 골자는 소매가를 생산원가와 동등하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가격인상으로 인해 예상되는 추가수입 3천1백20억루블중 85%를 각 공화국·기업·농장에 돌려 임금인상·연금·교부금·복리후생비 등의 형태로 노동자에게 지급,물가인상에 대한 소비자의 충격을 줄이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를 이율배반적인 조치로 평가한다. 가격개혁은 더이상 막대한 재정적자를 감당할 수 없는 고르바초프 정부가 택할 수 밖에 없는 불가피한 조치이겠지만 과연 연금생활자등 저소득층의 불만과 분리파 공화국들의 비협조로 인한 정책상의 혼란을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지극히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김석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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