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괴물' 레안드로 아킬레스건을 찾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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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 '괴물'을 어찌 막을꼬."

남자 프로배구단 감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삼성화재 오른쪽 공격수 레안드로 다 시우바(23.2m8㎝)를 막을 방법을 찾고 있지만 묘안이 없는 듯한 표정들이다.

24일 현대캐피탈과의 개막전에 모습을 드러낸 레안드로는 괴물이었다. 블로킹 위에서 내리꽂는 스파이크는 대부분의 블로킹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은 "블로킹만으로 막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 다각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부수적인 것을 어떻게 메우느냐도 중요하다"고 했다. 여기에는 레안드로에 대한 블로킹과 수비를 좀 더 가다듬어야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개막전에서 맞상대했던 지난 시즌 MVP 숀 루니(24.2m6㎝)는 레안드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신장.서브.파워 등을 모두 갖춘 훌륭한 선수다. 그러나 그와 맞서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개막전에서 다소 부진했던 것은 "여름 내내 비치발리볼에 몰두하느라 인도어에 대한 적응이 덜 됐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더구나 배구는 일대일 경기가 아니다. 우리 팀이 삼성화재를 이기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어쨌든 개막전에서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당황한 모습이었다. 레안드로의 파워와 높이가 예상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5세트를 쉬지 않고 소화한 체력도 합격점을 주기에 모자라지 않았다.

27일 대전 원정경기에서 레안드로를 상대해야 하는 LIG 신영철 감독도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레안드로 대비책을 묻는 질문에 "외인에는 외인으로 맞불을 놓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있나요"라고 대답했다. 탄력이 좋은 윈터스(1m98㎝)를 맞상대로 배치하겠다는 생각인 듯하다. "윈터스가 점프도 좋고 블로킹도 괜찮은 편이어서 블로킹으로 바운드돼 넘어오는 공을 수비가 처리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신 감독은 "윈터스-이경수 쌍포가 위력적인 데다 라이트 손석범이 가세해 수비만 된다면 승산이 있다"고 예상했다. 레안드로 주변으로 강한 목적타 서브를 넣어 공격의 발을 무디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프로팀들은 나름대로 대비책을 세우고 있으나 아마추어 초청팀은 거의 무장해제된 느낌이다.

"우리가 막을 방법이 있나요. 당하는 수밖에"라는 말들이 주류였다. 공정배 한국전력 감독은 "농구처럼 외인은 외인이 막아줘야 하는데 (외국인 선수가 없는) 아마추어 팀들은 상대가 실수해 주기를 바라는 것 외에는 솔직히 대안이 없다"고 무력감을 토로했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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