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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경관 흑인구타/인권문제로 비화… 워싱턴 떠들썩(지구촌화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인종차별”여론… “시경국장 물러나라” 시위/부시 “실망스런 일” 검찰총장도 재조사 지시
이달초 발생한 미 로스앤젤레스시 경찰의 피의자 폭행사건으로 인해 미국은 인권문제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다.
이 사건은 워싱턴정가는 물론 행정부에도 커다란 파문을 던져 딕 손버그 검찰총장은 현재 연방정부에 접수된 1만5천건의 경찰폭력사건을 전면 재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도 이 사건의 전말을 보고받고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논평했다.
마침 구타당한 사람이 흑인이어서 인종차별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사건은 지난 3일 경찰순찰차가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면서 로스앤젤레스 교외 도로위에서 한 승용차를 뒤쫓으면서 시작됐다.
앞차는 곧 멈춰섰으며 운전자가 문을 열고 내려섰다.
그러자 그 차를 둘러싸고 있던 경관 한명이 5만볼트짜리 레이저전기총을 내려선 흑인을 향해 발사했다.
이를 신호로 다른 3명의 경찰관이 합세해 무장하지않은 흑인의 머리·목·복부·다리를 곤봉 등으로 56차례에 걸쳐 무차별 폭행했다.
이때 경찰 헬리콥터가 공중에 떠 이 광경을 서치라이트로 비추고 있었으며 11명의 다른 경관들은 주위에 둘러서서 구경하고 있었다.
2분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경찰관들의 집단구타로 전직 건설근로자였던 25세의 로드니 킹은 턱뼈·발목 등이 부러지고 내출혈·뇌손상을 입는등 11군데의 골절상을 입었다.
그대로 묻혀 버릴 수도 있었던 이 사건은 우연히 이 광경을 목격한 한 사민이 비디오카메라에 담아 방송국에 제보,수시간후에 TV를 타고 잔인한 장면이 전국에 방영되면서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 사건이 발생하자 시민들은 로스앤젤레스의 대릴 게이츠 시경국장의 사임을 요구하며 가두시위를 벌였다. 지난주에는 구타에 가담한 4명의 경찰관이 구속되고 주위에서 구경하던 11명은 미 연방수사국(FBI)이 조사에 들어갔다.
이번 사건으로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은 13년동안 로스앤젤레스 시경국장 자리를 지켜온 대릴 게이츠.
게이츠 시경국장은 시민들의 사임압력에 대해 『나하고 상관없는 사건으로 42년동안 몸담아온 경찰직을 떠날 수 없다』며 일축했다.
이번 사건은 폭행대상이 흑인이었다는 점에서 인종차별적인 색채가 짙다.
미 시사주간 타임지와 CNN방송이 사건직후 5백명의 미국인들을 대상으로한 여론조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 결과,경찰의 흑인 구타사건이 인종차별에 기인한 것이냐는 질문에 43%가 『그렇다』고 응답,시민들 사이에는 인종차별에 의한 구타사건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넓게 퍼져 있다.
경찰의 흑인 구타사건은 경찰의 폭력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시민들은 더욱 분노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그동안 적지 않게 발생했던 경찰관의 폭행이 사회에 알려진 것으로 이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 되든간에 미국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김상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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