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 무감증(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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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근착 뉴스위크지는 「대중문화속의 폭력」이란 특집기사를 통해 영화속에서 자행되고 있는 폭력과 살인 등 끔찍한 장면들을 강도높게 고발하고 있다. 그런데 이 폭력과 살인장면은 해가 거듭할수록 더욱 잔인해지고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기사를 보면 국내에서도 개봉된 영화 『로보캅1』에서는 32명이 무참히 목숨을 잃었는데 90년에 제작된 『로보캅2』에서는 그 숫자가 81명으로 불어난다.
최고의 흥행기록을 올린 영화 『다이하드』시리즈도 마찬가지다. 1편에 서는 18명에 불과하던 희생자의 숫자가 2편에 가서는 무려 2백64명으로 대량 학살되고 있다.
영화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저질러지는 이런 범죄장면들이 청소년들의 정서를 해치는 것은 물론 나아가서는 대중들에게 폭력에 대한 무감각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뉴스위크지는 개탄했다.
실제로 한 심리학자는 지난 20년간 조사한 결과 폭력영화를 많이 본 어린이들은 이 다음 성인이 되면 자녀나 배우자를 학대할 확률이 다른 어린이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까지 밝혀냈다.
이같은 폭력영화의 영향때문인지는 몰라도 미국의 청소년들이 교내에서 스승들에게 가하는 폭력이 심심치 않게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교원조합이 발행한 교내의 안전수칙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학교안에 있을때는 가급적 혼자있는 시간을 줄일 것,수업중에는 교실의 출입문을 꼭 잠글 것,수업시간보다 30분 이상 빨리 출근하지 말것 등…. 그런데 이런 주의사항이 무려 99개 항목이나 된다니 미국의 교내 폭력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교내의 폭력사건은 우리라고 예외는 아니다. 엊그제 어느 대학 캠퍼스에서 한 교수가 학생들에게 멱살을 잡히고 폭력까지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사건의 발단은 학생들이 일방통행을 무시하고 차를 몰고 다니는데서 비롯되었다. 아무리 캠퍼스안이라고 하지만 그속에도 교통법규는 지켜야 한다. 그게 민주시민의 도리다. 그것을 지켰다면 이번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또 부득이한 사정이 있었다면 먼저 차선을 양보해야 마땅하다.
자기의 잘못을 잘못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도덕무각감 증세가 우리사회의 가장 큰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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