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성 스님의 사상 민족애 "듬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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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선·교·학에 두루 일가를 이룬 큰 스님이고 3·1운동 33인의 한 사람인 용성 대종사(1864∼1940)의 저술·법어·번역서 등을 모은 전집 18권이 간행됐다.
용성 스님의 문도인 동헌 스님과 대각사주지 임도문 스님이 30여년간 자료를 수집해 간행한 『용성 대종사 전집』은 1만7천여쪽의 방대한 규모로 용성 스님의 사상과 민족애가 풍요롭게 담겨있다.
제1집에 실린 수심논·용성법어·용성 선사 어록을 비롯, 전18권에 실린 내용 중 대종을 이루는 것은 불교 저작의 번역과 화엄경 등 경전의 번역이다.
조선어능엄경·조선글 화엄경·대방광불 화엄경 등 심혈을 기울인 노작들이 담겨있다.
용성 스님은 3·1독립 선언 후 서대문 감옥에서 3년간의 옥고를 치렀다. 이 때 여러 종교의 신자들이 신앙하는 종교서적을 반입하여 읽고 있는데 모두가 한글로 씌어진 책을 읽는 것을 보고 불서 번역에 나서기로 원력을 세웠다.
출옥 후 번역에 착수하여▲귀원정종 ▲능엄신주경 ▲불교창가 ▲팔상록 ▲심조만유론 ▲신역대장경 ▲능엄경▲원각경 ▲입교문답 ▲선든촬요 ▲화엄경 ▲수심정로 등을 냈다.
용성 스님은 이와 함께 의식·염불을 우리말로 하도록 애썼고 찬불가도 직접 작사하여 부르도록 했다.
용성 스님은 조선조 불교 탄압을 벗어나 법맥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 외세와 외래종교의 범람 속에 불교를 통한 민족 주체성을 수호하는 일에 일생을 바쳤다. 특히 일제가 조선불교의 전통을 무시하고 대처·육식을 묵인·방조하는데 강력히 반대하여 조계종의 정화를 위한 초석을 놓았다.
스님이 창건한 대각사에서는 4월8일 입적 51주기를 맞아 전집 간행을 기념하는 행사를 갖는다.<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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