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질규제 항목 늘려라”/보사위,낙동강오염 심야 추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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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단속 소홀 기업 압력탓 아닌가/질의/내달중 두산에 피해보상 요구/답변
낙동강수원 페놀오염사건을 다룬 28일 오후 국회 보사위에서 여야 의원들은 사건에 쏠린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듯 15명 전원이 구두 또는 서면질의를 자정까지 계속하는 열의를 보였다.
그러나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평민당의 이철용 의원이 실험기구까지 동원,회의장안에서 직접 실험을 통해 환경처의 페놀 무독성논리에 반박하려 하자 민자당 소속 의원들이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퇴장하는 등 몇차례 정회소동까지 빚었다.
야당 의원들은 단속 및 대처소홀 책임을 물어 이해봉 대구시장의 구속과 내각 총사퇴를 요구했고 민자당 의원들은 대구시민에 대한 피해보상책을 집중 추궁했다.
◇단속 및 대처 소홀=민자당의 김문기·김인영·김한규 의원 등은 『두산전자가 지난해 11월1일부터 3월14일 사이에 페놀폐수 소각로 고장으로 하루 평균 1.7t의 페놀폐수를 무단방류할 수 있었던 것은 환경처·대구시·두산전자의 담합때문에 가능했던 것 아니냐』고 묻고 『주민들의 수도물 악취신고를 받고도 즉각 조치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냐』고 추궁했다.
평민당의 박영숙 의원은 『평민당 현지조사단의 조사결과 대구시장이 낙동강 상수원의 페놀오염 사실을 하류지역인 부산·마산시에 알리지 않고 내무부에만 보고했다』고 지적하면서 『홍수나 민방위 비상체제는 갖추어져 있으면서 상수원 오염에 대비한 비상연락망은 없다』며 정부의 대책 소홀과 비과학적 관리체계를 집중 성토.
◇인체 유해성문제=이철용 의원은 『1천㏄의 물에 5g의 페놀을 섞어 실험한 결과 금붕어가 10분내에 죽었다』며 『페놀 원액 30t이 방류된 이번 사건은 생태계에 얼마만큼의 피해를 미쳤는지 짐작할 수 있다』고 주장.
이의원은 또 벤젠과 트리클로르에틸렌의 유독성을 실험을 통해 입증하면서 이들 물질을 원수·음용수 검사기준에 포함시킬 것을 주장.
민자당의 김인영 의원도 『재벌들이 독성물질을 함부로 버리는 행위는 간접살인행위』라며 대기업의 도덕성을 문제삼았고 송두호 의원도 『페놀 2g이 치사량인데 30t을 방류했으니 1천5백만의 생명을 위협한 것』이라고 동조.
허장관은 답변에서 『페놀 자체의 유해성은 없으며 미국 등도 페놀에 대한 음용수 기준치를 설정하지 않고 있다』고 변명하고 『다만 페놀은 수도물 소독에 사용되는 염소와 화학반응을 일으켜 페놀보다 5백∼6백배의 악취를 풍길 뿐』이라고 주장.
이에 여야 의원들이 의학 전문서적까지 인용,거세게 반발하자 허장관도 1백%페놀을 다량섭취할 경우 마비증세와 함께 치사에 이를 수 있음을 결국 인정.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삭제=평민당의 박영숙·최영근 의원은 90년 11월15일 전경련이 환경처장관에게 보낸 공문서를 공개하면서 『정부가 전경련의 요청에 따라 하천의 수질기준 항목에서 COD를 삭제한 것은 국민건강을 외면하고 기업이익만 고려해준 행위』라고 비난하면서 『당시 환경처는 반대했으나 상공부등 경제부처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시인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허장관은 그러나 『당시 전경련의 요구는 COD 기준을 낮춰달라는 내용이었다』며 『시행령 개정과정에서 공장폐수에 대한 COD 기준을 오히려 강화시켰다』고 해명.
◇보상=민자당의 안영기 의원은 『두산그룹에서 낙동강 수질개선 명목으로 내놓은 2백억원 외에 대구시민들의 물질적·정신적 피해도 보상하라』고 요구했고 김한규·송두호 의원도 이에 가세.
이에 허장관은 『오는 4월5일까지 피해신청을 받아 4월20일까지 두산에 피해보상을 요구하겠다』고 말하고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는 사업주가 무과실이더라도 책임을 지게돼 있으므로 두산측이 피해를 전액 배상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보사위에서 여야 의원들은 목소리만 높였을 뿐 수도물 사건이 터질 때마다 되풀이된 답변을 또다시 듣는 수준에 그치고 4월1일 여야 의원 7명으로 보사위 진상조사위(위원장 김한규 의원)을 구성키로 했다.
이 소위가 얼마나 소득을 얻을 수 있을지는 이날 회의수준으로 봐서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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