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에 휩싸인 '아프리카의 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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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아프리카 동부 뿔 모양의 소말리아에서 일주일째 전면전이 벌어지고 있다. 24일에는 과도정부가 있는 바이도아에서 동쪽으로 60㎞ 떨어진 부르하카바에서 이슬람군벌과 야포를 동원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수도 모가디슈 인근의 여러 도시에서도 교전이 발생해 지금까지 수백 명이 사망했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보도했다.

이 전쟁은 과도정부와 이슬람군벌 간의 내전이 '국제 프락치 전쟁'으로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소말리아는 올 6월 모가디슈를 장악한 이슬람법정연합(ICU)과 과도정부 사이에 산발적 전투가 있어 왔지만 평화협상도 이어졌다. 그러나 유엔이 인정하고 있는 과도정부가 주변국 에티오피아에 지원을 요청하면서 상황은 복잡해졌다. 에티오피아 정부군이 소말리아에 주둔하기 시작한 것이다.

에티오피아 멜레스 제나위 총리는 24일 이슬람군벌과의 전쟁에 돌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날 에티오피아 공군은 전투기를 동원해 이슬람군벌의 거점을 집중 공습했다. 에티오피아는 갈등을 빚고 있는 북부 에리트레아에 이슬람군벌이 테러 지원을 하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인터넷 신문인 '이슬람온라인' 등 아랍 언론은 "이번 전쟁의 배후에는 미국이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과 서방 정부 및 언론도 '아프리카 뿔'에서 알카에다의 세력 확대를 우려해 왔다.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도 모가디슈를 장악한 이슬람군벌을 '알카에다의 꼭두각시'라고 지목한 바 있다. 이슬람법정연합은 23일 성명을 발표해 "미국이 지원하는 기독교 국가 에티오피아가 소말리아를 침공했다"며 전 세계 이슬람 전사들에게 성전 참여를 촉구했다. 이 지역의 내전이 종교전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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