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비, 라스베이거스 두 차례 공연 매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비는 23일 밤(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 시저스팰리스 호텔의 공연장 '콜리시엄'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4000석의 객석을 가득 채우는 관객 동원력을 과시하며, 본격적인 월드투어의 첫발을 성공적으로 내디뎠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의원 밥 허프는 좋은 공연을 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는 의미로 비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시저스팰리스 호텔 역시 이틀(23.24일)간의 공연 매진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기념패를 전달했다.

이날 객석은 미국에 거주하는 아시아계 관객들과 일본.홍콩 등 아시아 각국에서 날아온 팬들이 합쳐져 아시아인의 잔치를 연상케 했다. 일본 도쿄(東京)에서 왔다는 이토 지에코는 "라스베이거스에 일본인들이 무척 많이 몰려 놀랐다"고 말했다.

공연의 열기는 두 달 전 입장권(최고가 288달러)이 매진되면서부터 예고됐다. 시저스팰리스 측 관계자는 "미국에 정식 데뷔도 하지 않은 아시아 가수가 연말 2회 공연을 매진시켜 현지 공연계가 놀라고 있다"며 "다른 아시아 가수들도 공연했지만 이처럼 열기가 뜨겁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호텔 내에 마련된 비의 공연홍보 입간판과 포스터는 아예 아시아인들의 단골 사진촬영장소가 됐다. 비의 월드투어를 진행하고 있는 스타엠 관계자는 "다른 라스베이거스 호텔은 물론 미국 각지에서 공연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무대는 15, 16일 서울 공연에 이은 두 번째 월드투어 공연. 셀린 디옹.엘튼 존 등 세계적인 가수들이 공연한 최고의 무대에 최초로 한국인 가수 비가 섰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2월 뉴욕 공연을 통해 월드스타로 우뚝 선 비로서는 자신의 음악인생에 전기를 마련한 2006년을 또 다른 큰 무대인 라스베이거스에서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뿌듯한 감격을 맛봤다.

비는 이날 미국 음반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두 시간 동안 힘이 넘치는 춤과 노래를 선보이며, '예술의 전당' 분위기의 공연장을 록 콘서트장 같은 뜨거운 공간으로 만들었다.

공연장의 특성상 불꽃이나 돌출무대 등 특수효과를 사용할 수 없었지만, 비는 열정적인 춤과 노래로 이 같은 제약을 극복했다. 가수 셀린 디옹이 자신의 공연을 위해 무대배경으로 설치한 세계 최대 규모의 LED 전광판은 화려한 영상으로 비의 퍼포먼스를 뒷받침했다. 관객석 분위기에 자극받은 비는 공연 도중 두 번이나 무대 밑으로 내려가 엄격한 시저스팰리스 스태프를 당황케 했다.

취권 안무와 북춤 영상, 대나무.태극.부채 등의 이미지는 서양적인 비디오아트와 안무를 보완하는 동양적 느낌의 설정으로 이번 월드투어의 컨셉트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그러나 관객의 90% 이상이 아시아인이라는 점은 월드스타 비에게 큰 과제이기도 하다.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인 팬 베티 랭은 "비가 아직 미국 음악계의 주류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미국의 아시아 커뮤니티에서는 독보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며 "언어문제 등을 해소하면 미국 음악 주류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공연을 보러 미시시피주에서 왔다는 흑인소녀 안드레아(13)는 "뉴욕 공연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관람"이라며 "비의 역동적인 춤과 노래, 외모가 마음에 들어 팬이 됐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정현목 기자

◆ 시저스팰리스 호텔=1966년 로마시대를 기본 컨셉트로 지어진 라스베이거스의 대표적인 호텔이다. 70~80년대엔 복싱 세계타이틀매치가 자주 열렸다. 82년 맨시니를 상대로 세계타이틀매치에 도전했던 김득구 선수가 시합 뒤 숨진 곳이기도 하다. 더스틴 호프먼과 톰 크루즈가 주연한 '레인맨'과 KBS 드라마 '미스터 굿바이'의 촬영 장소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