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수습 후 경영진 물갈이/벼랑에 선 「두산」회생 몸부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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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피해 주민에 서둘러 보상하고/사원·가족 사기높이려 안간힘
두산전자의 페놀유출 사고로 「비윤리적인 기업」이란 낙인이 찍혀버린 두산그룹에 사태수습 후 전면적인 인사개편 바람이 불어닥칠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은 이번 사건으로 그룹이미지가 땅에 떨어진 것은 물론,각종 소비자단체들이 벌이고 있는 두산상품 불매운동이 계속 확산되면 소비재 중심의 그룹입지가 사라져 버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두산은 일요일인 24일에도 그룹의 과장급 이상 간부사원이 모두 출근하는 등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두산그룹이 현재 가장 서두르고 있는 것은 피해주민들의 보상을 하루빨리 매듭짓고 땅바닥으로 떨어진 1만7천여 종업원들의 사기를 북돋우는 일.
두산그룹은 다음달 5일까지 피해주민들의 보상신청을 받아 설사 가벼운 피해를 본 사람이라 하더라도 최대한 보상해준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24일 새로 두산전자 사장으로 임명된 배신한씨를 곧바로 대구로 내려보내 대구시측과 피해주민들을 대상으로 사고수습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또 두산그룹 사원과 가족의 사기진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이번주초 박용곤 회장명의의 사과메시지를 전임직원과 그 가족들에게 보낼 예정.
박회장은 이 메시지에 『죄송할 뿐이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적극 노력하겠으며 피해보상에도 최대한 노력을 하겠다』는 내용의 읍소를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그룹의 거듭나기는 보상문제가 어느정도 마무리 되는 4월말 이후에나 본격화될 전망이다.
두산그룹의 한 관계자는 『두산전자의 임원들을 지금 당장 모두 해임시키면 사태를 수습할 사람이 없어진다』며 『박회장은 사태수습이 끝난뒤 관리소홀을 물어 두산전자의 모든 임원을 인사조치할 줄로 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두산그룹은 지난 2월1일 임원 69명에 대한 대규모 인사를 단행한 데 이어 다음달에도 대대적인 임원 물갈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은 이같은 인사조치를 통해 우선 그룹의 분위기를 쇄신한뒤 상품 불매운동에 대응키 위한 대책을 세운다는 전략.
두산그룹 관계자들은 『지금 당장 불매운동에 맞서 판촉활동에 나서면 「죽을 죄를 지어놓고도 사고 수습은 않고 살길만 찾는다」는 비난을 받을 것이 틀림없다』며 판매감소를 감수하더라도 당분간 피해보상에만 전력을 다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
두산그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연강학술재단 등 공익사업에 투자규모를 대폭 늘리는 등 대국민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방안을 여러갈래로 마련,점차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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