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경험 끈끈한 애착-퇴직사원 활용기업 늘어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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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출산이나 육아문제, 또는 정년으로 퇴직했던 직원들을 재고용하는 기업체들이 늘고있어 취업양상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들 기업체중에는 특히 결혼 후 거의 재취업의 기회를 잃어왔던 주부인력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곳이 많아 눈길을 끌고있다.
퇴직인력을 활용하는 기업체들은 외환·국민은행등 일부 금융기관과 신세계·현대등 몇몇 백화점, 삼성생명등 일부 보험회사, 미원·코오롱 엔지니어링과 같은 대기업등으로 알려져 있다.
퇴직여사원 유치에 보다 적극적인 한국외환은행의 경우 4∼5년전부터 퇴직사원을 쓰기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 89년부터는 아예 여성직원들의 동우회인 「환은장미회」에 별도의 사무실을 마련해주어 취업을 원하는 퇴직여사원들의 연락처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본점과 지점에 재취업한 여사원은 90명으로 이중 60명이 풀타임으로 재직중이다.
작년9월부터 재취업한 강은숙씨(48·외환업무부)는 20여년전인 65∼71년 근무하다 결혼과 동시에 퇴직해야 했던 옛 직원으로 현재는 대학생자녀를 둔 1남l녀의 어머니.
수입관련업무를 맡고있는 강씨는 『아이들을 다 키우고 나니 일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고 아이들도 권해 다시 옛 직장에 나오게 됐다』며 일하는 기쁨을 털어놓았다.
이 은행의 신억현 인사부장은 『퇴직사원의 재고용이 적기에 숙련된 인력을 공급할수 있는데다 이들의 회사에 대한 이해가 높고 신입사원들을 지도해 주기도 해 큰만족을 얻고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경우도 87년부터 여성동우회를 통해 퇴직여행원을 고용해 현재 80여명이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결혼등으로 여사원이 퇴직할 때는 「퇴직라이선스」를 발급해 재취업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으며 현재 퇴직했던 7명이 파트타임으로 사무를 보고있다.
현대·롯데백화점등도 기혼여성직원에게 오히려 더 적합한 육아·주방·출산용품·식품코너 등에 퇴직사원을 적극 투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주식회사 미원의 경우는 남성 정년퇴직인력활용에 매우 적극적이다. 수송·청소·포장등 l0개 업무를 퇴직사원들의 용역업체(30개소)에 맡기고 있으며 총1백90여개의 대리점중 40%에 해당하는 76개의 대리점도 퇴직사원이 운영하고 있을 정도.
이 회사측은 『회사사정을 잘 알고있는 퇴직사우들이 정든 회사에 끈끈한 정을 갖고 내 일처럼 생각해 일하므로 실적이 좋은 것 같다』고 말한다. 미원측은 또 최근의 노사문제 등을 고려, 나이들고 덕망높은 퇴직사원들을 상담인으로 고용하는 상담역제도도 도입할 방침이라는 것이다.
이외에도 코오롱엔지니어링이 20여개의 협력업체를 퇴직사원들에게 맡기고 있으며 삼양축산등 일부회사에서 자사 퇴직사원은 아니더라도 정년퇴직한 사람들을 축사관리나 회사경비·청소등의 일에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퇴직사원 재활용문제는 이미 회사측에서 언급한 장점외에도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은행여사원 경우 경력이나 풀타임·파트타임에 관계없이 시간당 1천8백원정도 지급)에 노사분규를 줄일수 있는데다 필요에 따라 인력을 조절할수 있다는 이점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같은 이점은 반대로 피고용인에게 불이익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새인력 진출을 감소시키는 요소가 된다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고혜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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